[절기] 사순절에 돌아보는 우리의 소비문화



사순절에 돌아보는 우리의 소비문화


김영락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필수품이 된 것 중에 핸드폰, 컴퓨터는 20년 전만 해도 소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던 것이고, 세탁기, 냉장고는 40년 전만 해도 보편화되지 않았다. 햄버거와 피자 등의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도 급격히 소비가 늘어났다. 커피 테이크아웃 등 일회용 컵 소비도 급증했다.

이러한 소비주의의 만연과 무관하지 않은 현상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일확천금의 환상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 복권 열풍이 일기도 했다. 이 모두가 물질주의의 현상이고, 맘몬을 숭배하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 소비 사회 - 환경 오염 - 생명 파괴

이와 같이 현대 사회는 소비가 많아지고, 소비를 미덕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소비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소비는 개인적인 욕망에 의해서만 조장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요인에 의해 구조적으로 확대된다.

이를테면, 우리 사회가 경제 발전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활발해짐으로 더 많은 상품이 생산 됨을 의미한다. 결국 고도의 산업사회는 고도의 소비를 조장하게 된다. 소비가 많아진다는 얘기는 생산 과정에서 그만큼 자연 자원이 많이 소모된다는 것이고, 폐기 과정에서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의미다. 요즈음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오염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즉 소비사회는 필연적으로 환경오염을 가져오고 환경오염은 생명의 파괴를 초래하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소비사회는 장기적으로 생태계와 인간의 죽음을 앞당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뿐만이 아니라 소비문화는 황금만능주의를 강화함으로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으로 멀어지게 한다. 왜냐하면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기"(마 6:24) 때문이다.

인생의 목적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 기독교인 중에 돈이나 출세나 명예나 권력을 추구하기보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사순절과 소비문화를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사순절은 우리의 생명을 위하여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되새기는 절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소비문화가 죽음을 가져오는 데 반해서 사순절의 십자가는 궁극적으로 이 세상에 생명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십자가가 고난과 부활의 상징인 것은 단순히 교리적이거나 신앙고백적인 것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십자가 없이 영생은 없다"는 진리를 피부로 느끼고, 몸으로 깨닫기 위해서, 예수님의 고난을 머리로만 생각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몸으로 고난에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절제하는 삶이 자신과 이웃 살린다

사순절에는 고기와 같이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을 금지하거나 정기적으로 금식하며 기도하는 전통이 있다. 소비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사순절을 기해 소비를 줄이며, 단순하고 절제된 삶을 연습할 것을 제안한다. 편리함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불편한 삶, 절제의 삶을 훈련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순절이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절기이므로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절제를 연습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절제의 훈련은 단순히 십자가를 지는 것이 신앙적으로 유익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십자가의 고난이 부활의 영광을 가져오듯이, 절제의 삶은 기독교인을 자연과 하나님께 가까이 가게 한다.



새들에게 설교하는 성 프란치스코 (조토 디 본도네 作,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성 프란치스코의 경우 예를 들어서 생각해 보자. 그는 부유한 집안에 태어났지만, 자발적으로 가난한 삶을 살며, 밥을 구걸해서 먹고, 허술한 집에서 수도생활을 했다. 그런데 그는 자연과 매우 친밀해서 해와 달을 사랑하여 형님, 누님으로 부르기도 하고, 동물을 사랑하여 대화했다고 한다. 물론 하나님과 깊은 영적인 대화를 하며 숭고한 영성을 지니고 살았다. 성 프란치스코의 그 맑은 영성은 절제되고, 단순한 삶과 결코 무관한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이것은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눅 6:20)는 말씀을 연상하게 한다.

이번 사순절에는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소비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무심코 파괴하였던 것을 회개하자. 소유가 늘어날수록 욕구는 더 커지는데, 기억할 것은 소유가 산술적으로 늘어나면, 욕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소유를 늘리는 것보다는 욕구를 줄이는 것이 물욕을 다스리는 현명한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사순절 기간에 육식과 외식을 줄이고, 탄산음료를 줄이고, 편안하게 자동차를 타고 다니기보다는 많이 걷고, 옷도 화려하거나 비싼 것보다는 검소한 옷을 입는 것을 실천해 보자. 이렇게 소비를 줄이면 마음도 겸손해지고 차분해질 것이다. 활동을 줄이고, 물질의 소비를 줄이며 단순한 삶을 살면 무엇보다도 시간적으로도 여유를 갖고, 마음이 고요해지며, 평화롭게 된다.

이러한 생활을 하는 날은 더 깊이 기도할 수 있고, 또 깊은 기도를 하게 되면 이러한 생활을 더 잘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점점 더 하나님에게 가까이 가게 된다. 그런데 반대로 물질적 소비를 절제하지 않으면 깊은 기도에 들어가기 어렵고, 그런 기도 후에는 절제된 삶을 살기 어려워진다.

기독교인의 절제된 삶은 물질적인 가치관에 물들어 있는 이 어두운 시대에서 빛의 역할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현대 사회는 실질적으로 하나님보다는 물심이 지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계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모든 나라가 경제 개발과 자원 확보에 혈안되어 있으며, 그 결과 전쟁의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경건과 절제의 삶만이 우리 자신과 이웃을 살릴 수 있다. 이제는 누구보다도 우리 자신이 실천하는 것으 필요한 때다. 관념적인 기독교가 아니라 실천적인 신앙이 필요할 때다. 나의 편의주의와 물질주의 때문에 고난의 십자가에서 피 흘리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일상의 삶에서 절제의 삶을 살아야 한다.


김영락 |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원자력공학을 공부하고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기독교환경운동을 했으며 동광원에서 주말 농장을 하며 단순한 삶과 영성 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

* 위의 글은 문화선교연구원 발행 문화매거진 <오늘> 통권 15호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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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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