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X문화공간 만들기 Project] 나니아의 옷장 분투기 #2




뭔가 시작하려면 구심점이 되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초창기에 지혜로운 설계가 필요하다. 실제 필요보다 쓸데없이 큰 공간을 구해서 월세부담으로 조기종영을 하는 경우도 많고, 핵심적 기능을 해낼 수 없어 금방 새 공간으로 옮기느라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먼저 교회공간에 대한 몇 가지 안을 생각해 보았다.

0.자가단독건물

1.전형적인 상가임대교회

2.주일에만 (카페, 학원 등을) 빌려쓰는 방식

3.월세로 공간을 임대하여 교회용도가 아닌 다른 날에는 다른 사업 등으로 활용하는 법

0번이라면 가장 좋겠다. 하지만 현실적인 재정 문제로 이렇게 시작할 행운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기독정보넷(https://www.cjob.co.kr/realestate.php) 같은 곳에 가면 교회후임자를 구하는, 즉 교회건물을 판매하는 글을 볼 수 있다. 변두리 교외에 텃밭까지 딸린 예쁜 자가건물교회를 찾을 수 있다. 다만 보통 10억 이상쯤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함.

그 다음으로 많이 시도하는 개척교회의 방식이 1번이다. 우리는 초기부터 교회공간이 주중에 더 활용되었으면(특히 지역사회, 세상과의 구체적 접촉점으로) 했기에 1번 보다는 2,3번에 마음이 갔다.

2번과 3번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2번은 일주일 중에 우리가 필요한 시간만 다른 이의 공간을 대관하는 형태이다. 3번은 반대로 우리가 공간의 주인이 되고 남는 시간을 다른 이에게 빌려주어 월세를 보충하는 방식이다.

<교회공동체와 도시속의 어떤 공간에 대한 개념도>

요즘 공간쉐어를 위한 인프라가 비교적 잘되어있는 편이라, 스페이스 클라우드(spacecloud.kr) 같은 싸이트에 가보면 시간별로, 용도별로 지역별로 빌릴 수 있는 쉽게 빌릴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계산을 해보았다. 10~20명이 주일마다 예배드리기 위해 몇 시간을 빌린다고 치면, 아무리 싼 곳도 하루에 10만원 이상은 되었다. 한 달로 치면 50만원. 50만원 내고 일주일에 하루, 주일에만 사용하느니, 차라리 우리가 100만원 월세 공간을 계약하고 다른 이들에게 50만원어치만 빌려주면 주중에 우리가 원할 때 편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선택의 문제이지만, 처음에 시험단계로 가볍게 시작하는 공동체라면 2번방식도 좋을 듯하다. 좀 더 본격적으로 달려보고 싶다면 3번이 좋을 수도 있다.

그렇게 부동산을 찾아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용도를 정리해 보았다.

1.주중에는 문화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자 주일에는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

2.소음문제로 지하여야겠지만 층고가 높은 곳(그래야 무대 등 문화공간 느낌이 난다)

3.다양한 사람들이 공연과 행사를 위해 찾아오기 수월해야 하므로 서울의 너무 변두리가 아닌 곳

4.주차용이와 지하철 역세권 둘 중 택하라면 후자(둘다 좋으면 베스트이겠으나..우리는 주로 젊은이들이 가볍게 들르는 행사가 많을 것이므로)

5.우리는 돈이 없으므로 싼 곳

6.우리는 돈이 없으므로 기본 인테리어는 된 곳(어떤 곳은 전기시설부터 다 새로 하고 들어가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만 수천만원드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가이드라인을 들고 서울시내 곳곳 발품을 팔았다. 서울시내 곳곳에 발품을 팔면서 느낀 것은 역시나 교회가 많다는 것이었다. ‘요쯤 좋겠다’싶은 장소가 있으면 어김없이 이미 교회가 있었다.

이렇게 교회가 많은데 우리가 또 하나의 교회를 만들려는 이유는 무엇인가..근본적 질문을 더 하게 되었다. 흔히 편의점 보다 교회가 많다고들 비웃음 섞인 말을 하는데, 그렇다면 사회에 작은 공헌을 하나씩 할 수 있다면 많을 수록 좋은거 아니겠는가. 이런 논리가 성립되려면 우리는 이 사회에 구체적으로 어떤 좋은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참 어려운 부분이지만, 러프하게 말해보자면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휴식을 줄 수 있는 문화공간’, ‘돈이 전부가 되어버린 메마른 세상에 사람의 가치를 되살려주는 곳’ 물론 이 모든 것은 복음의 가치관에 기반하여.

발로 직접 뛰다보면 지역마다 어떤 기운(?) 내지는 느낌이 있었다. 건대입구쪽은 밝은 느낌이었다. 물론 먹자골목쪽은 술집 투성이에 너무 정신이 없어서 우리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세가 비쌌다. 원래 ‘바*이야기’라는 게임장이었던 한 장소가 참 맘에 들었는데 비싼 세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홍대는 거의 생각도 못했다.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의 조상님으로써 현재 영업하고 있는 공연장들도 다 망해서 나가고 있는 실정이었으니.

당시 한참 핫하던 성수 쪽도 돌아보았다. 예전에 주로 공장이 많던 곳인데 수제가죽공방 등 문화공간들이 조금씩 들어와 혼재하던 때였다. 이쪽도 나쁘지 않았으나, 생각보다 공장이었던 장소들 임대료가 꽤 비쌌다.

강남쪽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대기업 사옥들이 몇 개 지방으로 빠지면서 공실이 많이 생기고 의외로 강남에 싼 공실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웬지 분위기가 잘 적응되지 않았다. 

대학로도 역시 비쌌고, 어찌어찌 걷다보니 성신여대앞까지 왔다. 대학로에서 지하철2정거장이고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오기 위한 지역적 위치로는 마지노선이라고 생각되었다. 여기보다 더 변두리로 나가면, ‘어? 왜 그렇게 구석에서 공연해? 너무 멀다’라고 생각할 만한 곳이었다.

결론적으로 성신여대앞의 공간으로 낙점되었는데, 그렇다고 쉽게 물건이 나온 건 아니었다. 부동산마다 직접 방문하며 필요한 조건을 설명하고 다닌지 한 달쯤 되었을 때, 한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이미 그전에 다른 부동산에서도 ‘좋은 물건있다’고 연락이 와서 가보았지만 실망한 경험이 많기에 큰 기대는 되지 않았다.

이번에 소개받은 곳은 지하의 PC방이 망해서 나간 자리였다. 망해서 나갔기에 건물주께서 원상복구 철거 요구를 하지 않아서 기본 인테리어는 그대로였다. PC방이었기에 전기공사가 잘 되어 있었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도 잘 되어있었다. (이런 업종은 사업자등록을 받기 위해 엄격한 소방법의 기준을 이미 만족시켜놓았다)

<4년전 텅빈 지하였던 나니아의 옷장 공간. 바닥에 깨진 타일, 벗겨진 벽페인트 등을 우리가 직접 보수하였다>

소음문제도 좋아보였다. 5층건물인데 일단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이 없다. 모두 사무실 등의 공간이기에 6시이후에는 퇴근한다. 

사실 공연장, 교회는 주변 상가들의 기피업종이다. 크리스찬 입장에서 교회는 좋은 곳이지만 이웃들에게 교회는 금요일밤마다, 일요일 오전마다 단 잠을 깨우는 시끄러운 업종이 더 사실에 가깝다. (내가 전에 사역하던 교회는 주택가 한 가운데 위치한 전형적인 지역교회였는데 금요철야시간마다 주민 신고로 경찰이 오고, 하루는 뜨거운 찬양중에 뒷문을 활짝 열고 누군가가 욕을 하면서 잠 좀 자자고 외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 소음문제는 사실 해결하기 힘든 면이 많다. 일단 돈이 많이 든다. 그리고 돈을 많이 쓴다고 완벽하게 해결된다는 보장도 없다. 내가 아는 한 선배는 지하에 스튜디오 공사를 수천만원 들여서 했는데, 밤이 되면 위층에 사는 주민의 방에 미세하게 베이스음이 들리는 것이었다. 갈등 끝에 결국 수천만원을 더 들여 공사를 다시 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건물의 구성원이다. 밤에 잠을 자는 구성원이 있으면 방음의 기준은 훨씬 높아진다. 이런 말이 있다. 가장 좋은 방음은 수천만원 시설보다 케익 하나 사들고 옆집에 찾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1층에 마트가 있다. 우리도 처음 입주하면서 케익을 하나 사들고 갔다. ‘사장님, 저희 음악도 하고 예배도 드리고 좀 시끄러울텐데요...잘 부탁드려요^^ 이건 뇌물이에요^^’ 

우리가 행사를 해도 거의 안들리기는 하는데, 드럼 빡세게 두들기고 베이스 볼륨왕창 높이는 팀이 오면 아무래도 마트에서 조금 둥둥거리며 신경쓰이기는 한다. 그럴 때마다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물건도 많이 사고 한다. 아마 젊은이들이 나름 뭔가 한다고 하는데 그냥 봐주시는 것도 같다. 참 좋은 분들이다. (동선동 크로바마트 사랑해주세요)

이전 피씨방 사장님이 노출천장 공사도 해놓으셨다. 이것만 해도 우리가 하려면 돈이 꽤 들었을 것인데. 나니아의 옷장 영상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전면에 있는 역사다리꼴 무대빽도 원래 피씨방의 것이었다. ‘OO피씨방’이라고 써있던 걸 떼고 나니아의 옷장 로고를 달았다. 그리고 스크린 페인트를 직접 칠해서 스크린 대용으로 쓰고 있다.

<목공에 재주가 있는 누군가가 설계를 하고 다함께 조립해서 완성한 바테이블>

공동체 식구들이 모두 모여서 페인트칠하고 바테이블 만들고 소소하게 힘을 모아 한달? 정도 공사를 해서 기본적으로 사용할 정도는 되었다. 

보통 개척교회나 문화공간 시작하면 적게는 천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인테리어 비용이 들어가지만, 우리의 경우는 200만원? 정도 밖에 들지 않은 것 같다. 페인트 비용, 깨진 바닥 타일 복구비용, 바테이블 원목 자재 비용 등등. 

<당시 얼마 안되던 살림. 지금은 중고나라를 통해 엄청난 양으로 불어 났다>

테이블이나 의자는 중고나라를 통해 중고로 싸게 구입하였다. 가진 게 없어도 몇 사람이 힘을 모으면 해낼 수 있다는 고집(?)같은 게 있었다.

<주일예배의 셋팅. 십자가와 단상은 야산에 버려진 나무를 주워와 직접 만들었다. 우리 교우들이 만들어준 단상은 나에게 개인적으로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었다. 커스텀기타, 시그네처기타보다 훨씬 소중한 커스텀 메이드 단상. 혹시나 외부 설교초청을 받으면 이걸들고 가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성령강림주일. 빨간 천을 내렸다>

<주님의숲교회이자 나니아의 옷장인 지하로 내려오는 계단. 상징적인 사진이다. 우리는 교회공동체이자 기독교문화공간이다. 겉으로볼때 교회의 흔적이 많지는 않다. 단지 주일에 '주님의숲교회'라고 쓰인 현수막과 배너등을 설치하지만 주중에는 모두 치운다.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더 많은 사람들의 복음의 콘텐츠와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의도적으로 설치한 부분들이다>

그렇게 월세 130만원(현재는 훨씬 올랐음-_-)에 시설비 200만원 정도를 들여서 우리의 꿍꿍이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의 토대를 만들었다. 부족한게 많았다. 프로젝터를 사는데 3년 걸렸다. 지금도 나니아의 옷장은 매주 1%씩 업그레이드 중이라고 농담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빵빵한 지원으로 모든 것 갖추어 놓고 시작하는 것보다 이 편이 웬지 더 좋았다.


에피소드3에서 계속...


*참고

나니아의 옷장 페이스북 페이지(클릭!)   

주님의숲교회 페이스북 페이지(클릭!)

나니아의 옷장 팟캐스트(클릭!)

나니아의 옷장 유튜브(클릭!)


글쓴이_이재윤

20대부터 문화선교 영역에 부르심을 느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해왔다. 인디밴드를 만들어 홍대클럽에서 복음이 담긴 노래를 하는 무모한 시도를 하기도 했고, 문화선교연구원에서 기독교 뮤지컬, 영화, 잡지 만들기 등의 일도 했다. 현재는 성신여대 앞 '나니아의 옷장'(옷장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이라는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며, 같은 장소의 '주님의 숲 교회' 목사로 살아가고 있다.

이미지: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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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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