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장에 선 하나님>을 읽고: 광장, 우회하기보다 가로질러야




‘광장 시리즈’라도 있는 것일까? 톰 라이트(Tom Wright)의 『광장에 선 하나님』(God in public)은 볼프의 『광장에 선 기독교』(A public faith), 그리고 마샬의 『광장에 선 그리스도인』(Christians in the Public Square)과 나란히 검색된다. 눈치 채셨겠지만, 세 권의 영문 표기는 ‘광장’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Public’에 공통점이 있다. 번역자와 출판사가 제목을 정하면서 ‘광장’이 지니는 상징성에 꽂혔던 모양이다. 



광장이 상징하는 공공성에 관심한 톰 라이트(Tom Wright)는 옥스퍼드에서 공부하고 성공회 목회자로 활동했으며 세인트앤드루스대학에서 신약학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말로 번역된 책이 많다. 대부분 스테디셀러였다. 그의 다른 책들에서처럼,『광장에 선 하나님』도 신약학적 통찰에 기초하고 있다. 10여 년 전에 대학생들을 인솔하여 성지순례를 떠난 길에 읽은 『톰 라이트와 함께 하는 기독교 여행』은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포인트를 제시해 주는 것 같았다. 톰 라이트의 책 중에 『그리스도인의 미덕』이 그가 어떤 윤리에 관심하는지를 보여준 책이었다면, 『광장에 선 하나님』은 그 연장선상에서 덕 윤리를 통한 공공성 실천의 문제를 풀어낸다. 신약에 담긴 공공성에 대한 필요충분한 관심들을 찾아내고 덕 윤리를 통해 공공성에 관심할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공공신학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려는 접근법들과는 차별성이 있는 셈이다. 



이 책은 톰 라이트가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지와 이 시대의 공적 세계와 정치적 세계가 제시하는 도전들을 한곳에 모은’(13면) 결과물로서, 복음이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다채로운 방식들을(14면) 다룬다. 종교와 삶의 절대적인 분리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19면), 아테네의 토론장에 섰던 바울에게 돌아가서 통합적 영성(29면)을 발견하고 ‘공적인 하나님을 실천한다는 것’(do God in public)에 대해 고민했던(31면) 톰 라이트의 흔적을 볼 수 있다. 

특히, 복음이 포스트모던세계에서 거대담론으로 내몰리는 정황을 넘어서 복음을 ‘포스트-포스트모더니티’(64면)의 길잡이로 상정하고, 성경과 현재의 세상을 통합시키려는 문제의식을 일관되게 풀어낸다.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여 요한복음18-19장에 대한 해석과 현대세계에 대한 분석을 통합시키려 노력한 부분은 그 중요한 예라 하겠다. 성경이야말로 포스트-포스트모더니티 즉 내일의 세상에서 직면하게 될 핵심문제들과 도전들에 대해 신선한 관점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107면)는 것이 톰 라이트의 신념일 듯싶다.

톰 라이트에 따르면,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을 가르고 종교와 공적인 것을 나누는 오랜 분할법은 이미 그 효용을 다했다.’(263면) 그리스도인들이 공적으로 하나님에 대해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다는 점(119면)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서, 톰 라이트는 세상 전체와 관련해서 어떻게 하나님에 대해 말할 것인가를 질문해야 한다(122면)고 제안한다. 나아가, 위과 기회의 한복판에서 하나님이 어디서 일하시는지를 분별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시민의 담화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과 ‘공적인 하나님의 이야기의 일부가 될 사람들’(202면)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성경에 대한 바른 해석을 통해 공공성에 대한 관심을 회복시켜야 하며 ‘미덕의 길’을 통해 공공성을 실천해야 한다고 권한다.(242면) 넓게 보아, 덕 윤리적 접근이라 할 수 있는 미덕의 길은 용기와 정의의 성품화를 추구하는 방식으로서, 용기의 덕은 특히 중요하다. 마치 ‘팀 스포츠’처럼,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팀의 일원이 되어 용기를 가지고 ‘공적인 하나님’을 실천하는 길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이다.



다시, ‘광장’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왜 그렇게 ‘광장, 광장’하는 것일까? 광장을 말하면 공공성을 연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라면, 이 책의 한글제목이 나름 이해가 된다. 이러한 뜻에서, 『광장에 선 하나님』은 한국교회가 광장을 ‘우회’하려 했던 경향을 넘어서 광장을 ‘가로지르는’ 사회적 영성을 제안한 책이라 하겠다. 특히, 공공성을 망각 내지는 무시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공공성 자체가 신앙의 본질에 속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관심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광장의 공공성에 대한 관심을 풀어내면서 성경에 중심한다는 점은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이다. 익숙한 성경 이야기에서 공공성에 대한 관심을 읽어내는 노력이 공공성에 대해 낯설어하기 쉬운 복음주의 신앙인들까지도 다가설 수 있게 할 듯싶다. 하지만, 공공신학 이론들과의 통섭가능성이 약해 보인다는 점과 영국교회를 배경으로 하는 탓에 거리감이 있다는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그동안 우회해왔던 광장 한 복판을 ‘가로지르는’ 사회적 영성이 절실한 때를 맞이하고 있다. 단지 광장을 기웃거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광장에 대한 바른 이해와 실천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 복음서의 한 부분이 떠오른다. 길거리 즉 광장에 나가서 위선을 늘어놓으면서 정작 골방을 상실해버린 종교인들의 모습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듯싶다. 골방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광장에 대한 바른 이해와 실천을 추구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톰 라이트의 장점이 여기에 있다. 공공성을 말하면서 성경을 근간으로 삼는 관점은 골방과 광장의 통합적 영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암시해 준다. 광장과 골방, 성경과 사회적 실천의 연결 내지는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광장에 선 하나님』을 추천하는 나름의 이유이다.


문시영 교수(남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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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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