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칼럼] 혐오의 길, 연대의 길



 

최근 들어 한국사회에 혐오라는 말이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다. 'OO녀', '한남충', '틀딱', '급식충', '맘충' 등 입에 담기에도 거북한 표현들이다. 여성과 남성, 진보와 보수, 장년층과 젊은층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쏟아내는 모욕적인 표현들, 특정 종교들에 대한 적대적 표현들은 물론이고, 최근 예멘 난민 수용을 둘러싸고 난민을 향해 표출된 날선 언어들은 합리적 반대 차원을 넘어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혐오 감정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은 지속적이고도 강력한 증오와 배제의 에너지로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혐오의 양상마다 원인은 다르다. 혐오 이슈의 중심에 있는 남녀 간 혐오현상은 강남역 살인사건을 통해 촉발되고 지속되어온 여성 혐오 논쟁이 지속된 상태에서, 최근 들어 여성과 남성을 대상으로 발생한 성범죄와 그 처벌의 결과를 두고 더욱 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세대 간의 적대 및 비하 현상 역시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 디지털 세대 간의 인식과 경험의 삶의 자리가 지니는 문화적 차이점들이 이해되지 못한 결과일 뿐만 아니라 저성장시대 속에서 경제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이란 점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다원화 사회를 살아가야 할 세계 시민적 주체들이 공존의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 원인이라는 점도 그러하다. 언론이 필요 이상으로 이러한 혐오 구도를 확대 재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보다 이러한 혐오 현상이 특정 집단들의 이데올로기를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정상적인 혐오정서가 무서운 속도로 사회에 퍼지게 되게 되는 데에는 혐오가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목적의 도구로 이용당하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혐오현상을 연구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이러한 혐오들이 단순하고 막연한 감정이라기보다는 특정 주체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의도적이며 집단적 감정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소외, 차별, 배제와 폭력을 정당화한다고 말한다. 중세의 마녀사냥,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혐오의 희생양이 어떠한 만들어지는가를 드러내준다. 근대의 파시즘은 히피, 유대인, 사회주의자들을 없애버리려고 했다. 역사적으로 혐오의 생산자들은 그 주체가 국가 권력, 정치 세력, 경제적 이익 집단, 혹은 심지어 종교집단이건 상관없이 혐오 아젠다를 통해 기득권적인 현 체제(status quo)를 유지하거나 공고히 하는데 타자를 향한 혐오 감정을 늘 이용해왔다는 것이다. 이 시대 한국사회 혐오 현상이 면밀히 분석되고 근본적 해법이 모색되어야 함도 이 때문이다. 

한국 교회는 이점에서 또 하나의 문화선교적 과제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나라는 증오와 혐오를 철저히 배제하며 화해와 평화의 공동체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는 혐오와 배제를 넘어서 환대와 연대의 삶을 이루어가는 곳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당시 분열을 조장하고 체제를 유지하려는 유대사회의 뿌리 깊은 혐오를 보셨다. 바리새인이 보여준 죄인들에 대한 혐오, 유대공동체가 보여준 사마리아인 집단과 이방인에 대한 적대감을 늘 경계하시고,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자녀로서 ‘사랑’이라는 새계명으로 하나가 될 것을 가르쳐주셨다. 하나님 나라가 지향하는 공동체는 배제와 차별이 아닌 더불어 함께하는 화해와 연대의 정신으로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갈라디아서 3장 28절)되는 공동체인 것이다. 

혐오 사회라는 우리시대의 심각한 위기 징후를 보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성숙한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더욱 힘써야할 것이다. 갈등을 조장하는 분열의 이데올로기를 경계하면서, 또한 공감과 화해의 조건을 모색해야 한다. 하나님 중심의 신앙 속에서 서로 긍휼히 여기는 신앙인됨이, 삶의 주체로 서로를 인정하는 민주적 시민됨과 다르지 않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혐오의 길이 아니라 연대의 길이 그리스도인의 길이자 인간의 길임을 인식하면서 우리 시대의 상한 감정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백광훈 목사(문화선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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