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으로 영화 <더 스퀘어> 읽기: 배제와 차별의 논리를 넘어 포용과 관용으로





1.

<더 스퀘어>는 제70회 칸 영화제에서 유명 감독들의 작품들을 제치고 황금종려상을 수상함으로써 이변을 낳은 영화로 명성이 자자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칸 영화제 수상작이라는 명성만을 듣고 영화관을 찾은 사람 중 상당수는 영화를 편하게 감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주제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독특한 스토리텔링 때문인 것 같은데, 관객들 중에는 상영 중에 영화관을 떠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문화가 달라 캐릭터나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필자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영화감상 후 현대 유럽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작품의 전체와 부분을 무작위로 떠올려 곱씹어보는 중에 예상치 못한 발견이 있어 글을 쓰게 되었다. 독자가 이 글을 읽고 영화에 관심을 가진다면 다행이지만, 용기를 내어 영화를 본다 해도 편한 마음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감독이 실제로 북유럽에서 진행된 예술프로젝트 ‘더 스퀘어’를 바탕으로 한다. 이 프로젝트가 낯선 관객은 현대 유럽사회에 대한 풍자로 가득한 영화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따라서 프로젝트에 대한 지식을 갖고 영화를 감상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더 스퀘어’는 2015년 4월, 스웨덴 베르나모 지역에 위치한 반달로룸 디자인 미술관 광장에 설치된 가로 세로 4미터 정사각형의 조형물이다. ‘더 스퀘어’는 신뢰와 배려의 공간으로, 이 안에서는 모두가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는 메시지를 갖고 있다. 북유럽을 넘어 유럽 전역에 큰 반향을 일으킨 프로젝트였는데, 영화로 제작되고 2017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함으로써 ‘더 스퀘어’의 의미는 전 세계에 회자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은 오로지 자기 일에만 전념하기에도 바쁜 현대인의 일상에서 신뢰할 만하고 보호를 받는 공간은 어디이고 또 그 공간은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더 스퀘어’ 전시 준비과정이 큐레이터 크리스티안이 원래 기획한 대로 진행되지 않고 오히려 일상 곳곳에서 복병처럼 숨어 있다가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해프닝 때문에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매개로 이 질문에 대답하려고 한다.


2.  

누구든 그곳에 있으면 보호받고 배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은 사회적으로 보장된 곳이다. 집, 사무실, 전시회장, 자동차, 한 나라의 국경 등. 적어도 현대인에게는 그렇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그곳은 진정 안전하고 또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배려를 받을 수 있는 걸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위협적인 요소로 안전은 흔들리고, 자신의 위신이나 이해관계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는 종종 간과된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서도 느낌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갈등의 요인이 되고, 편견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무시되기도 한다. 때로는 사회적으로 안전이 보장된 곳이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 목적에 의해 이용됨으로써 천박한 상업주의와 폭력의 희생물이 된다. 이렇게 해서 안전하고 배려가 기대되는 그 공간은 오히려 갈등과 의심과 분노와 절망과 공포 그리고 비판의 대상이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같은 사회 안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들이 사는 구역이 나뉘고, 고급 승용차 안과 밖이 다르며, 직장에서 상하 관계가 다르고, 공간은 외부로부터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곳이지만 부모의 보호 아래 있으면서 도둑의 의심을 받는 아이에게는 갇혀 지낼 수밖에 없는 곳이다. 남녀가 안전한 공간에서 격렬한 사랑을 나누지만 서로에 대한 느낌과 생각이 달라 감정은 전혀 소통하지 못한다. 안전과 배려를 상징하는 공간이 전시를 홍보하기 위한 공간으로 전락하고 또 대중에게 널리 알리려는 천박한 상업적인 전략에 희생되면서 매우 끔찍한 공포의 현장으로 탈바꿈된다. 서로가 소통해야 할 인터뷰 현장은 오해와 비난과 변명의 장소가 되고, 전시회를 축하하기 위해 열린 파티 공간은 행위예술가의 지나친 퍼포먼스와 사회적인 위신 때문에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하지도 못하면서 그저 관망하는 사람들로 인해 공포의 도가니가 된다. 그러다가 불현 듯 응징의 장소로 돌변한다.

도대체 무엇이 사회적으로 안전과 배려가 보장된 공간을 이렇게 변형시키는 걸까? 아니 안전과 배려는 진정 무엇에 의해 보장되는 것일까? 


3.

현대인들이 신뢰와 배려를 보장받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법과 권력이다. 법과 권력에 의지해서 안전을 보장받으려 하고 또한 자신들의 요구가 들려지길 기대한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법을 제정하고 권력을 위임함으로써 그 권력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고 요구를 관철시키고 이해관계를 해결하고자 한다. 법과 권력을 통해 신뢰할 만하고 충분한 배려가 기대되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또 다른 방법은 차별과 배제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 우리와 타자를 구별하여 차별하고 또 우리의 삶의 공간으로부터 타자를 배제함으로써 우리만의 공간에서 안전함을 느끼고자 한다. 이렇듯 타자를 배제함으로써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우리의 요구에 대한 충분한 배려를 기대한다. 

그러나 안전과 배려를 위한 일련의 조치와 행위들은 그것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자극할 뿐이다. 전시회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영상에서 금발의 어린 거지 소녀가 가장 안전하고 또 배려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 공간(스퀘어)에서 폭탄 테러를 당하는 장면은 법과 권력에 의지하여 안전을 확보하려 하고 또 차별과 배제를 통해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면서 안전과 배려를 보장받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4.  

만일 현대사회에서 안전을 위한 조치가 오히려 안전하지 않다면 안전과 배려는 무엇에 의해 보장되는가? 필자가 보기에 영화는 관객을 바로 이 질문 앞으로 안내하는 것 같다. 특히 난민 문제로 고심하는 가운데 나름대로 해결책을 구해야 했던 유럽인들을 염두에 둔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난민들을 대하는 유럽인들의 태도를 풍자하는 영화로 독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국경에 장벽을 설치함으로써, 자신만의 삶의 영역을 만들어냄으로써, 그리고 법을 통해, 난민들로부터 안전한 공간을 확보하려는 유럽인들을 조명한다. 그리고 차별과 배제를 통해 이 일을 수행하는 극우주의자들을 비판한다. 그뿐 아니라 유럽인들의 태도에 맞서 테러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도 조명한다.  


5. 

이 질문에 대해 기독교인은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기독교인 역시 법과 제도와 권력 그리고 차별과 배제를 통해 안전을 확보하고 배려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까? 성경은 믿는 자들을 오히려 불안정한 삶으로 불러낼 뿐 아니라 타자를 배려하는 삶을 요구한다. 타자의 삶에 자신을 내어 던짐으로써, 곧 사회적으로 보장된 안전망에서 벗어나 오히려 하나님의 보호를 받으며 살 것을 기대한다. 권력에 의지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차별과 배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포용과 관용을 통한 삶이 하나님 안에서 더욱 안전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예수님의 이웃 사랑은 나를 중심에 두는 관점에서 벗어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배려가 필요한 사람을 중심에 놓을 것을 요구한다. 이 말씀을 통해 예수님은 자신을 따르려는 사람들에게 그 사람의 이웃으로 부름을 받았음을 강조하며 확인시킨다.

기독교인의 공간은 열려 있다. 안과 밖을 구분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열어둔다. 이로써 기독교는 인간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보호를 받는 존재임을 환기한다. 예컨대 가인은 낯선 자의 공격을 두려워하였다. 하나님이 지키시고 보호해줄 것을 증거와 함께 약속하셨지만 가인은 스스로를 보호하려 성을 쌓았고 그것의 이름을 에녹이라 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악의 도가니라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하나님을 기대하는 자에게 신뢰와 배려를 받는 공간은 결코 폐쇄되어 있지 않으며 오히려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이것이 ‘더 스퀘어’가 주는 메시지다.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폐쇄된 공간 안에 들어가는 것은 결코 안전을 보장하지 않으며 오히려 각종 위협을 초래할 뿐이다.    


최성수  서강대 철학을, 본 라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호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특히 영화에 남다른 관심을 두고 신학과 영화라는 주제를 깊이 있고, 적절하게 녹여 여러 매체를 통해 독자와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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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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