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시장은 구원받을 수 있는가? -『신이 된 시장』을 읽고




이 시대의 중요한 신학적 아젠다를 제시해 온 하비 콕스가 이번엔 『신이 된 시장』The Market as God을 통해  우리 시대가 지닌 문제의 근원인 시장을 다루었다. 저자가 말하듯,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비판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의 기쁨>이라는 문서에 자극을 받아 나왔다. 프란치스코는 현대의 “고삐 풀린 소비주의”와 ‘배제와 불평등의 경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신격화된 시장’과 ‘시장의 절대적 자율성을 옹호하는 갖가지 이데올로기’에 교회가 주목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현대 자본주의에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  

하비 콕스는 이 책을 통해 오늘, 시장은 하나의 신이 되었고, 이것을 인식한다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하고도 근본적인 문제를 포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신이 된 시장』은 한마디로 오늘의 시장이 단지 시장이 아니라 유사종교로 기능하고 있다고 본다. 오늘의 시장은 하나님 노릇을 하는 하나의 우상일 뿐이다. 이점에서 이 책이 시도하고 있는 것은 시장을 철저하게 탈우상화하는 작업이다. 

시장이 신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유사종교로서 그 체계 안에서 놀랍도록 탄탄한 신학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 종교의 신학은 탄생과 타락, 죄와 구원의 교리까지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거기엔 “자체적인 사제와 의례, 교의와 신학, 성자와 예언자, 온 세계의 모든 곳에서 개심자를 확보하려는 열망이 완비”되어 있다. 시장교(religion of Market)는 “이것을 사라, 그러면 행복할 것이다”라는 강력한 복음을 가지고 수많은 광고를 통해 24시간 포교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모든 소원을 아는 전능자 하나님처럼, 시장신은 오늘날 데이타 마이닝(data mining)을 통해, 소비자의 은밀한 욕망을 알아채고 그가 갈 길을 인도한다. 

하비 콕스는 시장과 기독교와의 유비를 통해, 시장의 종교성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어떻게 시장이 오늘날 신성한 존재가 되었는지, 시장은 현대의 법인(corporation)처럼 어떻게 사람을 창조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사실, 성서는 파괴적이고 타락하기 쉬운 시장의 논리에 오래전부터 갈등해왔다. 고리대금업과 피싱, 재분배를 둘러싼 갈등에 관한 성서의 자료들이 그렇다. 고리대금을 금지하고 땅의 재분배를 요구하는 ‘희년’ 법은 하나님이 세계의 참된 주인이며 인간이 그 부를 보살피는 청지기로 창조되었음을 상기시키고, 그로 인해 교회는 자본주의를 끊임없이 개혁하려는 노력들을 이어왔다. 흥미롭게도 경제학의 창시자인 애덤 스미스를 신학자이자 자본주의의 타락을 경고한 예언자로 본 점은 하비 콕스의 독특한 공헌이자,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이다. 

종교와 기업의 유사성

무엇보다도 하비 콕스의 시장 분석 중 주목할 것은, 종교와 기업의 유사성일 것이다. 하비 콕스는 종교와 기업의 유사성을 통해 경제와 종교에서 벌어진 합선의 역사를 관찰하면서, 그것이 기업 권력이든 종교 권력이든 부패하기 쉬운 권력의 속성을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드러낸다. 거대 은행과 거대 교회, 은행과 무역회사, 교회와 기타 종교 기관은 모두 동일한 시장 모양의 문화에 거주하고 있다. 초대형 교회가 기업과 가장 흡사한 특징을 지니는 것은 “혹독하게 성장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물론 교회의 확장이 은총에 의한 개인의 성장과 연결될 수 있지만, 그 수치가 산술로 바뀔 때 교회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게 된다. 

시장은 구원받을 수 있는가?

이제 우리는 진지하게 묻게 된다. 과연 타락한 시장은 구원받을 수 있는가. 여기에 답하기 전에 하비 콕스는 시장에 본질적으로 잘못된 점은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은 계절의 변화나 중력 같은 자연적 질서의 일부가 아니다. 시장은 정해진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간이 구상한 제도로 그 역할을 잘 수행해 왔지만 몇 세기 동안 시장은 몸집이 부풀었고, 과도하게 팽창해버리고 말았다. 그 결과 시장은 원래 의도대로 목적에 이바지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족과 예술 종교와 같은 중대한 제도에 끼어들어 인간의 삶의 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는데 그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시장의 회복은 시장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인간의 회복(restoration humani)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하비 콕스는 스스로 신이 된, 신격화된, 하나님처럼 되어버린, 시장을 운영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이 스스로를 인정하는 데서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의 원래 자리를 바라볼 때 시장을 인류의 하인이라는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다. 시장이 회개한 후 그 예배당을 허물고 새로운 공간과 시스템, 상상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협동조합이나, 지역경제, 사회적 기업 같은 공유 경제시스템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저자의 대안이 조금은 진부하고 파편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인류와 그 시장의 탐욕성을 회개하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려는 새로운 시도들은 언제나 환영받아 마땅하다. 

과학과 종교가 대화와 탐색을 통해 창조적인 상호 관계를 모색하여 인류의 번영에 이바지하듯, 종교와 경제의 건설적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하비 콕스의 제안도 빼놓지 말아야 할 제언이다. 종교는 자신들이 시장 신전의 복사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반성할 때, 상업 기업의 사악함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과학을 연구한 것처럼, 기업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시장 또한 스스로 자신이 신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놀라도록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옮긴이의 말대로, “종교의 언어를 빌린 자본주의 비판은 익숙하고 어쩌면 구태의연하지만 지은이는 그 유비를 철두철미하게 밀어붙이고, 여러 역사적인 증거를 발굴함으로써 아우라를 걷어”내, 시장이 시장다워질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경제와 종교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비유와 상상력으로 신이 된 시장을 드러내 보이는 하비 콕스의 탐색에 감탄사와 탄식이 절로 나온다. “신이 된 시장”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하비 콕스의 논의를 끝까지 따라간 후 대답하기에 늦지 않을 것이다.   


백광훈 원장(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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