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으로 영화 <그날, 바다>읽기-조작과 증거




2014년 4월 15일 밤 수학여행을 떠나는 단원고 학생들과 다른 승객들을 태우고 인천항을 떠나 제주도를 향해 가던 세월호는 다음 날 16일 아침 8시경 진도 앞바다에서 원인 모를 이유로 침몰했다. 이것이 일차적인 사실이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확인된 사실은 세월호 침몰로 학생들을 포함한 승객 304명이 사망하였다. 

이 사실에 대해 정부는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배가 급격하게 우회전함으로써 배 안에 적재된 화물의 쏠림 현상 때문에 배가 침몰하였다고 발표했다. 시간은 아침 8시 50분으로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 발표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여러 데이터를 공개했다. 직접 제공하기도 했지만, 빠져 있다고 해서 요청으로 추가로 공개된 것들도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사실에 관해서는 구조의 책임이 있는 해경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해경을 해체하는 과감한 조처를 내렸다. 

정부의 발표로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에게서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구조 노력이 왜 소극적이었는지 그리고 왜 다이빙 벨 같은 구조 작업을 방해했는지,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청와대(대통령)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가라앉는 상황에서도 학생들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의 의혹이 넘쳐 났다. 그리고 배를 아는 사람들에게 기술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석연치 않은 문제로 가득했다.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설명이 제기되었다. 정부 발표는 권위에 의한 설명이라 볼 수 있는데, 정부 발표에 의혹을 품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건의 진실은 달랐기 때문이다. 침몰 시간이 8시 30분이라는 생존자들의 증언부터 달랐다.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선박 자동 위치 확인 시스템)도 달랐다. 정부의 발표는 진실한 걸까? 영화제작은 바로 이런 의혹을 품은 전문가에 의해 다큐멘터리제작을 제안받음으로 시작되었다. 

댜큐는 먼저 정부 발표를 꼼꼼하게 따져가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정부 발표를 사실로 보면 확인 가능한 증거들과 생존자들 및 주변 지역에 있던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의 증언에 비추어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제기되는 의혹들을 반증 사례들을 제시함으로써 사실성 여부를 한둘 씩 밝혀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화는 철저히 인과율적인 사고와 과학적인 탐구 그리고 확실한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조작된 것으로 보이는 사실을 바로잡고 또한 거기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마침내 두 가지 결론에 이른다. 첫째, 정부 발표는 조작된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며 거짓이다. 둘째, 사고는 급회전에 따른 단순침몰이 아니라 배의 오른쪽 닻을 내림으로써 급격한 우회전이 이뤄졌는데, 이것이 원인이 되어 침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침몰의 원인을 밝히는 것만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국정원과의 관련성만을 언급할 뿐이며, 그리고 정부가 왜 데이터와 사건의 과정을 조작했는지는 다만 의문을 제기할 뿐, 물리적인 원인 이외에 침몰에 작용한 또 다른 원인에 대해서 더는 탐색을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사람과 시스템과 정치라는 역학 관계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사고와 관련한 사실을 밝혀내는 것보다 더 힘겨운 과정일 것이다. 일단 사실이 밝혀지고 여론이 반응한 후에 이뤄질 일이라 생각하지만, 언젠가 이것을 밝혀낼 사람이 나타날 것을 간절히 기대한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흥미롭게 본 점은 사실을 조작하는 정부와 진실을 밝히는 사람들의 대조적인 모습이다. 정부는 공권력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감추고, 조작하고,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자신들의 조작된 정보와 불일치하는 말을 하지 못하도록 위협하며, 여론 정치를 통해 설득해 나갔다. 조작의 정당성을 위한 증거들을 제시했다. 이미 친정부 인사로 채워진 주류 언론들은 정부 발표를 그대로 옮기는 식이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우리가 주지하고 있던 사실은 당시 다수 사람들이 정부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정부 편에 서 있는 그들은 유가족을 포함해서 사람들이 제기하는 의혹을 그야말로 반정부 행위로 보았고, 피해자로서 진실을 밝히길 원하며 농성하는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했으며, 사건의 진상을 요구하면서 국론을 분열시킨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종북 좌파로 규정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거짓 증거에 기반을 둔 조작행위는 맹신자와 추종자를 필요로 했고, 그들을 통해 거짓 정보는 거듭 재생산되고 또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정부는 그들에게 돈을 공급했고, 추종자들은 그 돈으로 더욱 힘을 얻어 정부의 조작된 정보의 공신력을 높이는 일에 열심을 내었다. 

대체 누가 이 거대한 골리앗을 상대로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정부가 모든 자료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 상태에서 대체 누가 나서서 진실을 규명하겠는가? 엄청난 물량 공세로 전 방위적으로 여론몰이하고 있는 정부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누구일 수 있겠는가? 영화제작을 감행한 감독은 어쩌면 처음부터 실패를 각오하고 시작하지는 않았나 싶다. 요구받은 것이라 시작은 했지만, 그냥 사람들이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고 관심을 둘 정도의 영상을 제작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4년에 걸친 지루하고 힘겨운 작업을 끝까지 진행했고, 마침내 그날 진도 앞바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면서 과학적인 추론에 근거하여 사건 자체를 재구성할 수 있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증거들을 확보하는 일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마침내 마지막 퍼즐 조각이 들어갈 자리까지 확인하였다. 영화의 주장과 관련해서 다툼의 여지가 얼마나 될지는 전문가적인 식견이 부족해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설득력 있는 재현과정을 거쳤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권위에 의해 데이터와 사건을 조작하고 물량 공세로 여론을 움직이는 정부와 달리 진실을 규명하는 노력은 오직 과학적인 추론과 증거 그리고 생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하였다. 제작비용이 부족해 포기할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감독은 세월호 유족들의 협력과 김어준의 재정적인 참여 그리고 수많은 국민에 의한 펀딩을 통해 9억 원 규모의 제작비로 영화제작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제작의 포기는 곧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진실을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이 단지 공수표로만 머물지 않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진 것은 영화제작을 통해 사건의 원인을 밝히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생존자들은 트라우마에도 용기 있게 증언하였고, 선박전문가들은 자신의 지식을 동원해서 조작된 사실을 바로 잡도록 했으며, 물리학자는 다툼의 여지가 많은 사실을 학문적으로 설명하고 이해하는 일에 도움을 주었다. 국민은 재정적으로 기금모금에 참여함으로 영화제작을 가능케 하였다. 

조작에 동원된 것은 물량적으로나 힘으로나 감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지만, 그것은 진실한 증거를 위한 노력을 결코 이길 수 없었다. 영화는 세월호 침몰 사건의 원인을 밝히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지만, 영화제작 과정에 주목할 경우 관객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깊이 깨닫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감상함으로써 진실이 더욱 공고하게 다져져, 침몰 원인을 넘어 무엇 때문에 닻을 내렸는지, 그리고 왜 정부는 데이터와 사건을 조작했는지를 밝히는 후속편이 나올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최성수  서강대 철학을, 본 라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호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특히 영화에 남다른 관심을 두고 신학과 영화라는 주제를 깊이 있고, 적절하게 녹여 여러 매체를 통해 독자와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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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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