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역자들의 까칠한 현장 이야기-1] "요셉 이야기 좀 그만 해주세요!“



다음세대가 중요하다고 교회학교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상황 가운데 놓여있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장차 한국교회의 기둥이 될 "다음"세대에게 언젠가 다가올 "미래"를 기대하는 것만큼이나 한걸음 가까이에서 "현재"의 모습 그대로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아이들의 낯설고 때로 까칠한 모습들은 어쩌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혹은 알고 싶지 않았던 모습일지 모릅니다. 그런 모습 속에 감춰진 하나님을 향한 갈급한 마음들과 조우하기까지 필요한 부단한 노력들, 즉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하나님과의 만남으로 이끌어가려는 치열한 사역현장의 이야기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글의 제목 “요셉 이야기 좀 그만 해 주세요.”는 필자가 교회 고등부 학생에게 실제로 받았던 부탁 중 하나입니다. 어릴 적부터 교회에 다녔던 이 아이는 교회학교를 단계적으로 거치면서 1~3년 주기로 다양한 교역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동안 만난 교역자들에게서 들었던 설교 중 절대 빠지지 않았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바로 요셉의 이야기였답니다. 왜 그들은 요셉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그렇게도 많이 했던 것일까요?


꿈, 복음이 아닌 율법으로 다가오다

한국 교회 청소년 사역에서 암묵적으로 요구되는 의무 중 하나는 아이들에게 꿈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꿈의 사람 요셉”, “꿈꾸는 자 요셉”, “꿈을 이룬 요셉” 등과 같은 비슷한 제목들의 수련회 주제와 설교를 아이들은 늘 들어오면서 자랐습니다. 인생의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고 애굽의 위대한 총리가 된 요셉 이야기야말로 청소년들을 포함해 자라는 아이들에게 도전과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매우 좋은 성경 본문이죠. 꼭 요셉 이야기가 아닐지라도 성경의 다른 구절들을 근거로 청소년 아이들에게 이 시기에 꿈을 가질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 청소년에게 교회에서 말하는 ‘꿈’은 과연 어떻게 다가올까요? 

최근에 각 교단과 교회학교 관련 출판사에서 나오는 공과 교재의 주제와 내용들을 분석한 일이 있었습니다. 역시나 대부분의 교재에서 꿈이라는 주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그리고 꿈이라는 주제는 장래희망, 직업과 그 성격이 뒤섞여서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셉, 다니엘과 같은 이야기가 주요 본문으로 등장합니다. 함께 등장하는 예화로 마틴 루터 킹이 있습니다.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록펠러, 스티브잡스, 박지성도 등장합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범접하기 쉽지 않고 너무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이들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쉽게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약간 무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꿈을 갖지 못한 아이. 꿈이 있더라도 위인과 유명인처럼 되지 못한 아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렸을 적 자신들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이 교재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교사들은 이 내용들이 어떻게 다가 올까하고 말이죠. ‘꿈’에 대한 개념은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복음이 아닌 율법이 됐습니다.

 

아이들의 꿈, 어른들의 꿈

요즘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은 꿈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청소년 아이들이 정말 꿈이 없을까요? 꿈이 없는 아이는 없습니다. 다만 이 시대의 부모와 교회가 요구하는 꿈으로 자신의 꿈을 바꿔 말하고 싶은 아이가 없을 뿐입니다. 부모는 그럴듯한 직업을 꿈으로 갖기 원하고, 교회는 그 그럴듯한 직업을 도구삼아 교회에 봉사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나오길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직업과 장래희망을 목표로 부모와 교회가 원한다는 것을 청소년 아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이 ‘꿈’이라는 주제는 자녀의 성공을 바라는 기독교인 부모의 마음과 세상에 자랑할 만한 교인을 만들고 싶은 이 시대 교회의 얄팍한 욕심이 만나, 아이들에게 어떠한 ‘의무감’, ‘책임감’이라는 멍에를 씌워버리는 도구가 됐습니다. 실제로 우리 어른들 중 대부분의 사람은 꿈을 이뤄본 적도 없는데 말이죠. 마치 너무나 쉽고 당연한 마냥 아이들에게 꿈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 꿈이 그 꿈인가

요셉이 ‘꿈을 꾸다’라는 표현에서 꿈이라는 히브리어 단어는 חֲל֔וֹם(Chalowm)입니다. 말 그대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다가 꾸는 꿈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이상’, ‘목표’, ‘동기부여’등의 의미로 환원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설령 그 꿈을 우리 식대로 해석한다 해도 이 꿈과 관련된 단어에는 주로 ‘하나님’(여호와)이 등장을 합니다. 즉 구약 성경에서 등장하는 꿈은 우리의 ‘의지’로 꾸고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꾸게 하시는 것입니다. 어떠한 사람이 “꿈이 있어야해!”, “꿈을 꿔야해!”, “목표가 있어야해!”라고 강요를 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기대와 반대로 구약의 몇몇 구절들은 꿈꾸는 사람들, 꿈꾸는 것들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언급하기도 합니다. 전도서 5장 7절의 경우 “꿈이 많으면 헛된 일들이 많아지고 말이 많아도 그러하니 오직 너는 하나님을 경외할지니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꿈이라는 주제가 하나님 보다 앞설 수 없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단 한 번도 이 단어는 어떠한 ‘직업’, ‘장래희망’과 연관되어 쓰인 적이 없습니다. 요셉이 애굽 총리가 될 것이라는 장래 희망적 성격의 꿈을 기억했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어린 시절 곡식단과 해, 달, 별에 관한 꿈을 애굽 총리가 된 이후에 자신의 상황과 연관시켜서 해석할 뿐이죠.

또한 이 ‘꿈’이라는 히브리어 단어는 성경에서 그렇게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아닙니다. 구약 성경 단어 전체에서 총 65번 등장할 뿐이며 이것마저도 요셉의 이야기에 몰려(22번) 있습니다. 우리가 이 이야기만을 아이들의 교회학교에서 마치 필수 수업 코스인 듯 콕 찝어 반복해서 다뤄서 그렇지 실제로는 다른 단어들과 주제들에 비해 매우 적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성경의 이야기가 ‘꿈’에 관심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관심 갖는 것만큼의 비율로서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표1-) *구약 성경에서 등장하는 ‘꿈’에 관한 비율. 신약 성경에서는 꿈이 거의 등장(5번)하지 않으며, 꿈과 이상을 구분해서 다른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꿈’, ‘이상’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신 적이 없다.



설교단 위에서가 아니라 아래에서 

교회를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갖게 하는 것에는 물론 긍정적인 기능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에는 뭐가 있습니까? 몇 번의 설교와 강의, 몇 번의 수련회를 최선을 다해 하면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상담학자 칼 로저스는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길을 발견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잠재 능력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잠재 능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가 있는데, 칼 로저스는 그때가 바로 어른들의 가치의 조건들이 작용할 때라고 봤습니다. 우리는 교회가 아이들의 꿈에 대해서 어른들의 ‘가치의 조건’을 재생산해 전달하는 도구가 되지 않는지 살펴봐야합니다. 너무 큰 목표, 현실과 동떨어진 인물들과 이야기들에 대한 노출과 주입은 ‘자기와 경험의 불일치’ 반복을 통해 심리적 문제, 사회 부적응을 야기합니다.  

서로 대립되는 신앙발달관을 가졌던 기독교교육자 제임스 파울러와 제임스 로더 두 사람 모두 청소년기는 신앙적 사색의 준비가 된 단계라고 공통된 의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신앙 혹은 어떠한 주제에 대해 주입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 물음을 주고 씨름하도록 지속적인 만남과 대화를 할 것을 요청합니다. 설교단에서, 강의 장소에서, 공과 장소에서 아이들에게 꿈에 대해 말하기 전에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우리는 얼마나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가졌나요? 정말 우리가 아이들의 꿈과 앞길에 대한 걱정과 책임감이 있다면 이제는 내 입술에 대고 있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그 마이크를 아이들의 입술에 가져다 줘야 할 것입니다.


강민석 목사 ㅣ 청소년 사역만 10년째, 학부와 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도 공부했지만 사역을 계속할수록 전문가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문화선교연구원의 취지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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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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