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독교 문화콘텐츠를 기다리며-11] 좋은 기독교콘텐츠가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인프라의 중요성



 

유희열이 이끌고 있는 레이블 ‘안테나 뮤직’은 해마다 소속 아티스트들이 총 출동하는 레이블 콘서트를 연다. 루시드폴, 정재형, 페퍼톤즈 등 두터운 팬층이 있는 고참 뮤지션들과 이진아, 샘킴, 정승환 등의 떠오르는 신예들까지 합세하여 펼치는 콘서트는 금방 매진되어 버린다. 하지만 지난 2017년 “With Antena” 콘서트에서 유희열은 눈물을 보이며 말했다.

 

소속가수들이 자본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정말 뮤지션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게 해주는게 꿈이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힘들고 사장으로서 잘 후원해주지 못해 늘 미안하다. 돈이 없어서 무대가 너무 소박하다. 미안하다.

실제 그날의 무대는 SM 등의 아이돌 콘서트를 계속 만들어온 감독이 총괄하였다고 하는데, 처음에 안테나의 준비된 예산을 듣고는 ‘이렇게 작은 금액으로 어떻게?’라고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안테나 뮤직이 이럴 정도면, 그 외의 다양한 작은 회사들은 어떤 상황일까. 소위 돈이 되는, 아이돌 중심의 음악을 제외하면 오늘의 대다수 문화콘텐츠는 저자본으로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 생존해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 사실이다.

나름 인디계에서 소속사에 속하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프로듀서 겸 싱어송라이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음원을 만들고 나서 시장의 큰 반응이 없었다. 멋진 영상을 만들면 반응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인맥과 최신기술의 힘을 빌려저자본 '고퀄'(High Quality, 고퀄리티의 약어)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내었다. 뿌듯한 것은 잠깐, 그렇게 잘 만들어진 영상의 조회수는 미미 했다. 영상제작 다음은 ‘노출’의 이슈로 넘어갔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매체 - SNS라면 Dingo 등의 수백만 팔로워가 보장된 페이지 라든지 – 에 어떻게 올릴 수 있을까, 대중들에게 노출을 많이 시킬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다.

<요즘 핫한 페이스북 뮤직 페이지 Dingo 딩고 - 여기 올라오면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음악을 전할 수 있다. 요즘은 수백만원에서 천만원까지의 돈을 내야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결국에는 특별한 바이럴 케이스가 아니라면 ‘노출’을 위해서는 돈(광고비)이 필요했다. 하지만 노출이 많이 된다고 그것이 음원의 판매와 소비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정말 좋은 음악을 알아볼 수 있는 대중의 눈, 또한 그 가치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소비자들의 저변이 있어야 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대중음악시장은 아직 그렇게 까지 성숙되지 못한 면이 많다.

이렇게 보면 갈 길이 참 멀다. 한 아티스트가 잘 해낸다고 해서, 콘텐츠 하나가 좋다고 해서만 쉽게 해결될 상황은 아니다. 전반적인 여건의 성숙, 즉 인프라의 성장이 좋은 문화콘텐츠 생태계를 위해 꼭 필요하다.

이번 달 칼럼에서는 기독교문화콘텐츠 관점에서 인프라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어떤 인프라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고찰해보려 한다.


 1. 매체

안타까운 것은 수년전부터 기독교 매체(특히 문화를 다루는)의 부족에 대해 필요성이 많이 대두되었지만, 오히려 상황은 안 좋아졌다는 것이다. 좋은 기독교 음악콘텐츠를 만들어도 대중에게 노출될 통로가 그리 많지 않다. 

한 때 호황이었던 기독교포탈사이트들도 SNS환경의 변화로 많이 침체되어 있다. ‘기독교문화’를 표방하던 잡지도 거의 휴간 내지는 폐간된 상황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페이스북 페이지 형태로 개인이 운영하는 기독교문화 콘텐츠 통로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형태는 큰 재정이 들지 않는 것에 비해 대중에게 노출 시킬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 ‘양양피아노’라는 개인 페이지는 팔로워가 4만이다. 자작곡들은 아니지만 피아노 반주법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찬양곡들이 전달 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직은 팔로워수가 그리 많지 않지만 개인이 운영하는(송라이터 염평안) ‘이 달의 ccm’이라는 페이지는 매월 발행된 ccm 중에 좋은 곡들을 꾸준히 소개해 오고 있다.


https://www.facebook.com/recommendCCM/ 이달의 CCM 페이지


더 나아가 꼭 필요한 부분은 리뷰 문화이다. 홈페이지 형태이든, 단순한 게시판 형태이든, 문화콘텐츠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비판과 대안제시가 필요하다. 안타까운 것은 기독교계에서 이러한 리뷰 문화에 대해서 부정적 인식이 많다는 점이다. 새로 나온 작품에 대해서 작은 비판이라도 하나 나왔을 때, 창작자가 과민반응하면서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일들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꾸준히 건강한 리뷰가 쌓여가는 일은 기독교문화콘텐츠 인프라 관점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개인들이 운영하는 이러한 주제의 팟캐스트들이 몇 개 있는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늘 지속성이 관건이다.


 2. 소비자 교육

소비자 교육(?)이라는 용어가 적절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창작자의 몫만이 아닌,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매우 크다. 좋은 문화를 알아보는 안목, 작품에 담긴 진심을 읽어내는 능력, 이러한 부분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나와도 묻혀 버릴 뿐이다.

안타깝게도 과거 교회는 문화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Don’t touch’의 자세로 터부시 했던 것이 사실이다. 본인의 청소년시절 수련회 특강 단골 메뉴였던 ‘기독교문화특강’. 내용은 단순했다. 세상 문화는 사탄의 계략이 숨어 있으니 모두 불태우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팝, 대중가요 음반을 들고와 불태운 퍼포먼스에 동참한 주변 지인들이 많다.

최근에 본인이 청소년 수련회 특강강사로 가끔 초청받는 경우가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이 워낙에 다양한 진로의 경험을 한 까닭에(공대생, 컴퓨터프로그래머, 인디뮤지션, 목회자, 클럽사장 등등) 진로특강인 경우도 있지만 ‘기독교문화’의 주제를 부탁받는 경우도 있다. 아마 ‘나니아의 옷장’이라는 특이한 공간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 ‘기독교문화’ 특강이 참 어렵다. 물론 나는 그쪽으로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전문강사도 아니기에 부족하다. 전문강사보다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경험담을 나누는 쪽에 가깝다. 그러면서 과거의 ‘전부 불태워 버려!’ 식의 기독교문화 교육은 얼마나 쉽고 편했던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영혼없이 고개 푹 숙이고 수련회에 앉아 있는 중2 학생들에게 사탄의 계략이 숨어 있는 대중문화에 대해 ‘모두 까기’ 방식의 강의를 보여주는 것은 학생들의 주의를 끌기에 얼마나 효율적인가.

1990년대 반문화적 기독교세계관으로 대중문화과의 전쟁의 시작점이 되었던 신상언의 책 <사탄은 마침내 대중문화를.>(낮은울타리 출간)


하지만 그간 우리는 그것이 결코 건강한 방법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러한 극단적 강의를 하던 단체도 개인도 이제는 그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제는 아예 ‘기독교문화’ 교육 자체가 없어졌다는 현실이다. 하긴 요즘은 '기독교문화'라는 말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열악한 상황이니 말이다.

한때 극단적 이원론에 대한 대안으로 ‘영화읽기’, ‘문화읽기’ 등의 기독교 문화교육 운동이 추진되기도 하였지만 몇가지 이유로 크게 활성화 되지는 못했던 거 같다. 어쨌든 오늘에는 기독교문화의 전반적인 침체와 함께 그러한 건강한 교육 운동자체가 너무 미미해진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크리스찬이 성경적 시각으로 문화를 바라보는 방법, 좋은 콘텐츠를 알아보는 눈 등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물론 지루하고 고리타분 한 방식으로 오늘의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정말 중요한 인프라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사람이 앞으로 책임져야할 부분이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매주 콘텐츠를 만들어 내며 생존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버겁고 교육을 위해 필요한 학문적 베이스를 갖추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면에서 필름포럼과 문화선교연구원이 해오고 있는 일들은 정말 귀중한 사역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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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칼럼에서는 창작자 혼자 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보았다. 하지만 자칫 이런 이야기는, 지금 우리의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비관적 넋두리에 머물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누군가 이런 일을 좀 해주었으면... 하는 맘이 크지만, 무대에 직접 서기를 원하는 사람은 많아도 뒤에서 이렇게 인프라를 쌓아가는데 헌신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늘 그러한 동역자를 기다리는 맘으로 이 길을 갈 뿐이다.


글쓴이_이재윤
20대부터 문화선교 영역에 부르심을 느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해왔다. 인디밴드를 만들어 홍대클럽에서 복음이 담긴 노래를 하는 무모한 시도를 하기도 했고, 문화선교연구원에서 기독교 뮤지컬, 영화, 잡지 만들기 등의 일도 했다. 현재는 성신여대 앞 '나니아의 옷장'(옷장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http://facebook.com/narnia2015)이라는 작은 클럽의 사장이자 같은 장소의 '주님의 숲 교회' 목사로 살아가고 있다.


나니아의 옷장 3월 공연 소식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공연 안내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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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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