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칼럼] "우리 문화의 가장 빠른 변화 중 하나"를 보면서




미국의 시사주간지 <TIME>이 성폭력 고발 ‘미투’(#MeToo) 캠페인에 동참한 ‘침묵을 깬 사람들’을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였습니다. <TIME>은 “이 고발 운동은 개개인의 용기로 시작됐다”면서 “다른 수백 명의 여성과 많은 남성이 함께한, 우리 표지에 실린 그 여성들의 충격요법적 행동이 1960년대 이후 우리 문화의 가장 빠른 변화 중 하나를 촉발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습니다. 미국 유력 온라인 사전 <메리엄-웹스터>도 이러한 운동에 동참하기라도 하듯 올해의 단어로 ‘페미니즘’을 선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 속에서 <TIME>의 언급처럼 여성주의 아젠다가 오늘의 문화 변혁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한 흐름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투 캠페인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확대된 데는 소셜미디어의 영향도 컸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동안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의식들이 헐리웃의 추악한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촉발되면서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한국 사회도 이러한 흐름에서 무관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물론 미투 캠페인이 헐리웃만큼 우리 사회에서 확산되지는 못했습니다. 힘을 가진 남성들에 의한 성폭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용기를 낸 이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어느 때보다 여성 문제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였던 한 해였던 건 분명합니다.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사회문제화 된 여성혐오 논쟁은 올해 국내 모 대학병원재단이 여간호사들에게 재단행사에 선정적인 옷과 춤을 강요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직장 내 젠더 폭력 문제로 이슈화 되었습니다. 또한 유명 가구회사의 여신입사원에게 일어난 성폭력 논란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성폭력의 실상을 알리며 큰 파장을 낳았습니다. 아마도 여성관련 이슈는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우리 사회의 여성문제의 문제를 환기시키고,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바꾸어가는 촉매제가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교회, 세상의 기준보다 훨씬 더 높고 거룩해야

이러한 사회문화의 급격한 변화를 보며 오늘 우리 교회공동체도 시대의 과제에 민감하게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페미니즘 운동의 문제제기는 교회의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여전히 사회적 약자로서 여성이 경험하는 다양한 차별과 위험 속에서 한국교회야말로 안전한 곳이라 믿고 보호받을 수 있는지 묻게 됩니다. 유감스럽게도 성추행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유명 목회자가 얼마 지나지 않아 버젓이 목회현장에 복귀하고, 연이어 터지는 교회 리더들의 성 스캔들로 전체 교회의 신뢰가 추락하고 자정능력마저 의심받는 교회 현실은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한국 사회가 양성평등을 향해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남성중심의 문화와 전통으로 인해 교회 리더십구조에서 소외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교회가 세상의 문화에 생명을 불어넣기보다는 우리 시대와 소통하지 못하고 게토화되고 있음을 우려하는 대목입니다.


이 시대 여성주의 운동이 만들어가는 세상의 변화에 교회가 귀를 기울여야하는 이유는 하나의 트렌드이어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더욱 교회다운 교회, 언제나 개혁되어야 하는 교회가 되기 위한 우리의 응답이기 때문입니다. 돌이키는 메타노이아의 응답이자, 세상의 빛(마 5,14)으로 부르신 주님의 부르심에 합당한 적극적인 응답이어야 합니다. 교회의 양심이 우리 문화의 양심이 되도록, 우리의 기준이 세상의 기준보다 훨씬 더 높고 거룩해지도록 우리 교회 문화를 일신해야 할 것입니다. 비인간화하는 우리 안의 모든 차별과 소외, 힘의 남용을 추방하고 온전히 하나 되게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만이 우리를 이끄시도록 더욱 힘써야 하겠습니다. 맞이하는 새해는 진정 변화하는 교회, 우릴 통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희망의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백광훈 원장(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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