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우리가 칼뱅을 오해했다:『칼뱅과 공동선』을 읽고




 


송용원 목사님과 첫 만남은 신학석사 수업에서이다. 학위를 마치고 영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칼뱅의 공동선’이란 주제로 강의했다. 어렴풋이 기억에 남았던 것은 칼뱅을 바라보는 시각과 적용이 신선했다는 점이다. 그 후로 다른 모임에서 두 번 더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칼뱅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몇 해 전 송 목사님이 사역하는 <은혜와 선물교회>에서 미로슬라브 볼프의 책을 가지고 저자와 화상 인터뷰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볼프의 제자임을 알게 되었다. 볼프의 공동선(common good)에 대한 관심을 저자는 자신의 신학전통 즉 칼뱅의 신학에서 찾으려 했던 것 같다.

10여 년 전부터 한국교회와 신학계에 ‘공공신학’과 ‘선교적 교회론’이 크게 부각되었다. 교회의 덩치는 커졌지만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안으로 점점 무너져내리는 현실을 극복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신학과 신앙을 교회 안으로 가두기보다, 교회 밖 즉 피조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통치와 구원의 섭리를 재해석하고 교회와 사회의 실천으로 연결시키려는 시도들이다. 한국교회는 칼뱅의 신학과 사상을 모판으로 하기에, 종교개혁의 500주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칼뱅을 ‘공동선’으로 새롭게 조명하는 작업은 우리의 시선을 과거에 묶어두지 않으면서도 현재와 미재를 조망하는 적절한 응답이라 여겨진다.

박경수 교수는 칼뱅을 교회의 신학자라 명명했다. 박경수 교수는 칼뱅의 평생의 관심이 참된 ‘교회’를 세우는 것이었고, 칼뱅에게 무엇이 참된 교회이고, 어떻게 해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참된 교회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신학적 주제였다고 평가한다.[각주:1] 
그러면서도 그는 국내 칼뱅의 연구의 발전을 위해 칼뱅이 오늘 살아있는 인물이 되고 생동하는 전통이 되려면 21세기 한국 상황에서 재해석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분열된 교회와 이념들, 사회의 혼란에서 칼뱅이 어떤 의미와 빛을 던져주는지 질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각주:2] 
이 책은 한국교회와 사회를 향한 새로운 칼뱅 해석의 요청에 대한 응답이다. 신학이 역사적 상황에서 분리되지 않기에, 우리시대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과거로부터 성찰하여 현재를 평가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과제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크리스텐덤(christendom)적인 복음과 교회안에 갇힌 신학의 지평을 넓히고자 하는 시도의 초석으로 칼뱅을 복귀시킨 것은 종교개혁 500주년에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칼뱅의 공동선의 이론적 근거 3가지

1. 하나님의 형상
저자는 칼뱅의 공동선을 크게 3가지 키워드(하나님의 형상, 성화, 율법)로 정리한다. 칼뱅의 초기저작부터 성서주석까지 방대한 자료를 샅샅이 훑으면서 통전적인 관점에서 하나씩 정리해간다. 피조세계와 모든 인류를 포괄하는 공동선(common good)의 기원을 하나님의 존재와 성품에서 찾는 것은 일반 철학계의 공동선과 분명히 구분되는 지점이다.[각주:3] 
일반은총 차원에서 타락이후 인간의 선함의 가능성을 인정하려는 시도들과 전적인 타락을 주장하려는 입장 사이에 오랜 논쟁이 있어왔다. 저자는 일반은총과 특별은총 사이의 첨예한 대립에 대하여 '영적 공동선'(the spiritual common good)에서 '사회적 공동선'(the social common good)으로 나아가는 기본입장을 가진다. 하나님의 형상 안에서 모든 인류는 그분의 본성을 공유하는 이웃이 되고 서로를 향한 책임과 응답의 사명을 지니게 된다. 볼프가 모두의 번영과 행복을 위해 종교가 ‘지구적 공동선’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처럼[각주:4] 하나님의 형상 안에서 인류는 하나님의 공동체, 지구적 공동체를 발견하게 된다.

2. 성화
각자의 이기심으로 살아왔던 모습을 내려놓고, 지구적 공동체 안에서 연대하고 화해하는 자리에 그리스도인은 자기부정의 길, 십자가의 길, 제자도를 따르게 된다. 이것이 둘째 요소인 성화이다. 십자가를 지는 것이 개인의 구원과 성화를 위한 것을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인 이 세상 안에서 영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차원이 선함을 추구하는 것이 된다.

3. 율법
더 나아가 율법은 그러한 선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지침이 된다. 저자는 율법의 제3기능, 첫째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자신의 죄를 깨닫고, 둘째는 사회 안에서 하나님의 질서를 따르는 공익적 삶을 살게하고, 셋째는 법에 얽매인 삶이 아니라 자유 안에서 하나님과의 즐거운 영적인 교감을 누리며 연대하는 근원적인 행복으로 우리를 안내한다고 말한다.

 

공동선의 구체적 실천 영역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교회와 사회에서 공동선을 어떻게 적용해야할까? 영적이고 사회적인 공동선을 균형있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바르트가 말한 대로, 교의학이 곧 윤리학이며 윤리학이 곧 교의학이다.[각주:5]  즉 이론과 실천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앎이 곧 행함이고, 행함으로 앎이 완성되는 것이다. 저자의 공동선은 교회론과 일반은총에서 그 실천적 응답을 찾는다. 교회의 실천은 크게 2가지, 공적 기도와 성례이다. 공적 기도는 개인적이면서도 공동체적이고, 내향적이면서도 외향적이며, 초월적이면서도 내재적인 복합적 함의를 지닌다. 하나님의 선한 뜻을 깨닫고 구체적인 개입을 간구하는 것만큼 강력한 것이 무엇일까? 새로운 존재로의 변화를 선포하는 세례와 그리스도의 몸과 연합을 이루는 성찬은 모든 신자를 하나로 이어주는 끈이 된다.

저자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구체적인 실천 영역, 즉 인류의 공동선을 정치적 공동선, 경제적 공동선, 박애적 공동선으로 세분화한다. 창조의 영역안에서 하나님의 구원사역이 다층적으로 이루어지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그리스도와 교회가 있다. 교회의 외부에 있는 다른 영역들, 세속정부 역시 인간을 보호하고 공익을 추구해야하는 본래적 목적이 있으며, 시민질서를 유지하며 모두를 복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흥미롭게도 칼뱅은 ‘경제적 성화’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일과 노동을 통해서 미덕이 증가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일은 창조주에게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행위이며, 이웃사랑의 구체적인 장이 된다. 박애적 공동선으로 칼뱅이 협력했던 제네바의 종합구빈원과 이민자를 위한 프랑스 기금은 사회적 약자를 향한 교회와 정부의  책임을 깨닫게 한다.

우리가 칼뱅을 오해했다.

오래전 박사과정 수업에서 루터와 칼뱅 중, 누가 더 한국교회에 악영향을 미쳤을까(?)를 재미있게 나눈 적이 있다. 루터의 ‘이신칭의’는 행위 없는 믿음, 영혼 없는 신앙인을 양산했다면, 칼뱅의 ‘절대주권’은 모든 영역에 십자가를 꽂아야하는 전투적 기독교를 양산했다고. 농담처럼 나눈 이야기이지만 한국교회의 쇠퇴와 타락의 언저리에 이런 사고가 분명 자리하고 있다. 교회는 교회의 존재를 사회의 공공재로 보지 못하고, 영적인 우월감으로 자신을 인식하면서 사회에 스스로 담을 쌓아왔다.

칼뱅이 말한 절대주권은 모든 영역에서 교회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오히려 칼뱅신학의 절대주권이 각각의 영역들에 자리한 하나님의 선함을 밝히는 것이며, 그것이 우리에게 선물과 은총으로 주신 신비함인 것을 알아야 한다. 교회 밖의 영역을 죄악시하고, 자신만을 선함의 도구로, 선악의 판별자로 인식한 결과 교회는 그렇게 무너져오지 않았던가! 우리가 칼뱅을 오해했다. 인류의 공동선을 향한 하나님의 비전이 교회와 성도들의 사역에 담겨있던 것인데, 칼뱅의 교회개혁은 제네바 시 전체를 향한 메시지였는데, 우리가 칼뱅을 너무도 오해해온 것이 아닌지. 이 책을 통해 칼뱅에 대한 이해가 교회 울타리를 넘어, 사회를 향한 선한 영향력으로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글쓴이 김승환 목사는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문화 박사과정에 있다. 존 하워드 요더로 석사논문을 썼고, 박사과정에서는 공공신학과 급진정통주의 관점에서 도시문제를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청주 청북교회 부목사로 있다.  


  1. 박경수, 『교회의 신학자 칼뱅』 (대한기독교서회, 2009), 13. [본문으로]
  2. 박경수, 『한국교회를 위한 칼뱅의 유산』 (대한기독교서회, 2014), 32. [본문으로]
  3. 송용원, 『칼뱅과 공동선』 (IVP, 2017), 20 [본문으로]
  4. 미로슬라브 볼프, 양혜원 역, 『인간의 번영』 (IVP, 2017), 85-88. [본문으로]
  5. 마이클 레이든, 윤상필 역, 『칼 바르트, 말씀하시는 하느님, 응답하는 인간』 (비아, 2007), 36. [본문으로]

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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