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칼럼]영화 <로마서 8:37>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





 

 
<로마서 8:37>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오랜만에 한국 기독교 극영화가 개봉되었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교회 안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가 초청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종교와 신념과 윤리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룬 작품”으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연출을 맡은 신연식 감독은 충무로의 아티스트라 불리는 감독으로 시인 윤동주의 삶을 그린, 영화 <동주>(2016)의 시나리오와 제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스스로 고백하듯이 장로교회에서 3대째 신앙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고민 많은 모태신앙인이기도 하다.      
영화 <로마서 8:37>은 한국교회 안에 있는 갈등과 아픔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전도사 ‘기섭’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매형이자 우상이기도 한 스타목사 ‘요섭’을 돕기 위해 그 교회의 간사로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요섭’을 둘러싼 많은 의혹들을 인정하지 않았던 ‘기섭’은 점차 어두운 실체와 맞닥뜨리게 되고, 견고했던 신념 세계가 균열을 일으키면서, 결론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사실, 이 영화는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의 어두운 치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불편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전임목사와 후임목사와의 갈등, 목회자의 비행 등이 정면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일부 한국교회의 단면들이 전체 교회의 모습처럼 비추일까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감독의 변대로 이 영화는 고발을 위한 서사가 아니며, 신앙인이라는 존재의 복합성과 그 욕망의 모호성을 드러내 보이려는 감독의 의도를 엿보게 된다. <로마서 8:37>은 교회갈등과 목회자의 추문과 관련된 주요 인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약점들을 지닌 존재임을 드러내지만 ‘악의 평범성’에 멈추지 않고, 용서와 구원을 구할 수밖에 없는 실존을 보여줌으로써 참된 신앙인의 길이 어디 있는가를 진지하고 묻고 있다.

자기부인을 통한 고발에서 고백으로
아마도,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면, 시사회 후 씨네 토크에서 그랬듯이 결말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뉠 것이다. 교계안팎을 떠들썩하게 한 일부 목회자와 교회들의 스캔들이 오버랩 되면서, 인과응보를 기대하고 끝까지 이야기의 끝을 지켜 본 이들에게 어쩌면 무기력하게 보일 수도 있는 결말은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낯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에 대한 논란은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도약의 지점으로 이끌어준다. 영화는 불합리한 교회의 현실에 눈 감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덕(德)이라는 미명으로 문제를 덮고 판단을 보류하라 권면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 안에 자리잡고 있는 죄성과 그 우상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 존재의 연약함을 직시하고, 용감하게 자신의 어두움을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부단한 자기부정의 길을 내딛는 신앙인과 교회공동체만이 다시 회복할 수 있음을. 또한 우리 사회의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갈등과 대결의 구도도 그러한 성찰적 자아들의 공동체를 통해서 시작될 수 있음을 감독은 조심스레 신앙의 언어로 고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막 8:34) 말씀하시며 자기부인을 요청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는 철저하게 나 중심이 아닌 하나님 중심의 관점과 삶을 우리에게 요구하셨다. 그것은 우리의 한계와 연약함을 인정하기에 소망이 오직 하나님께만 있음을 믿음으로 고백하는 것이며, 비록 나의 삶과 우리 공동체 안에 드리워진 감당키 어려운 어두움과 절망이 있다 할지라도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넉넉히 이기느니라”(롬 8:37)는 궁극적 희망으로 이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진정한 회복의 길은 어디 있는 것일까? 그 길에 대해 우리는 답해야 할 것이고 <로마서 8:37>는 그 하나의 가능성을 우리에게 진지하게 보여주고 있다. 

백광훈 원장(문화선교연구원) 

출처=기독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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