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빈의 문화칼럼] 후기세속화 시대의 교회





종종 신앙인 중에서 세상을 희망이 없는 곳으로 규정하고, 교회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려는 경우를 본다. 하지만 이러한 유형의 신앙과 삶의 태도는 그리스도인다운 태도가 아니다. “물고기가 물에서 살 듯 우리는 역사 안에서 산다”고 말한 리처드 니버(H R Niebuhr)의 통찰대로 신앙은 본질적으로 역사성을 지닌다. 신앙의 자리와 삶의 자리는 분리될 수 없으며, 그 둘은 서로 만나 이웃과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사회가 이성을 토대로 한 합리성을 중심으로 형성되면 이 세계 속에서 신앙이 지닌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세속화론’이 득세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회가 근대화될수록 종교의 역할이 위축될 것이며 합리화된 세상 속에서 종교의 영향력은 감소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근대 초 종교전쟁을 치른 서구 사회는 18세기 시작된 계몽주의의 영향 아래 신앙과 이성의 영역을 분리하기 시작했으며, 민주주의 혁명을 겪으면서 종교가 관여하는 부분을 정치를 중심으로 한 공공영역에서 철저하게 분리하고자 하였다. 이로 인해 종교는 근대 이후 공공 영역에서 멀어져 가면서 오로지 개인의 영역에 머무는 사사화(privatization) 과정을 밟기도 했다.

실제로 서구사회에서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전통 종교의 축소 현상은 여러 모습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무신론자들의 증가와 제도권 종교 인구의 감소가 그러하다. 러처드 도킨스(R Dawkins) 같은 공격적 무신론자들이 대중적으로 큰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도 그러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2015년 통계청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무종교인 숫자의 증가현상을 꼽을 수 있다. 2005년 47.1%에서 10년 만에 56.1%로 무종교인이 증가하였다. 특히 20대의 경우 종교인 비율이 10년 만에 45%에서 31%로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세속화론의 주장대로 일반적인 의미에서 종교 영향력의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긴 하지만 현실 정치와 공공 영역에서 종교의 역할이 더욱 긴요해지고 있음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저명한 사회철학자인 위르겐 하버마스(J Habermas)도 종교의 역할과 기능에 예전과는 다른 관심을 보인다. 그는 종교가 쇠퇴할 것이라는 세속화론의 주장에 맞서 후기세속화 사회(post secular society)라는 통찰, 즉 문명화된 공론장에서 종교와 사회는 상호 소통을 통해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후기세속화론의 핵심 주장은 종교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치열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교는 공동체의 번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원화 사회 속에서 종교는 비신자들이나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며, 특별히 시민권과 가치영역 전반에 관련된 담론과 실천들에 있어서 매우 유의미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후기세속화 시대를 맞이한 우리 사회도 새로운 자세로 종교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종교에 대해 무조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며, 오히려 종교인들을 공공영역에서 차별하는 사회문화는 결코 건전한 사회문화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교회도 더욱 본질 회복에 힘써야 한다고 본다. ‘영적이긴 하지만 종교적이지 않은’(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 성향의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새롭게 주목해야 할 후기세속화적인 신앙 현상이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교회는 특별히 젊은 세대에 퍼져있는 종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신앙의 초월적 영성과 공공성을 강화하여야 한다. 

바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신앙인은 이 사회의 작은 이웃을 품는 사랑의 사람임을 삶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이러한 믿음과 삶의 일치야말로 이 시대 교회의 존재 이유임을 인식할 때 교회는 이 후기세속화 사회 속에도 여전히 희망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CVO(Chief Vision Officer)

임성빈(장신대 총장)

출처: 국민일보 바이블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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