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독교 문화콘텐츠를 기다리며-2] "복음을 전하라, 혹시 말이 필요하면 사용하라" 연주음악은 어떻게 기독교음악이 될 수 있을까?




보통 기독교음악 또는 CCM이라고 하면 가사에 큰 무게를 둔다. 당연한 얘기겠다. 그렇다면 가사 없는 연주곡은 기독교음악이 될 수 없을까? 이런 고민은 우리가 기독교콘텐츠라는 단어를 쓸 때,  '기독교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또 하나 제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제이파워 JPOWER라는 퓨전재즈밴드를 소개하고 싶다. 정규 3집 음반까지 발표한 중견밴드이자 몇 년 전 KBS top 밴드라는 프로그램에서 4강까지 진출해서 나름의 대중성까지 확보한 팀이다. 주로 실용음악과 교수급들 멤버로 구성되어 있고, 드러머 김태현은 컬투쇼 밴드의 드러머로 수년째 활동해오고 있는 실력있는 프로뮤지션들이다.

 

(여담이지만 이 팀의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세계 유명 뮤지션들과의 친분이 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구 대표 피아니스트라해도 누가 딴지 걸 수 없는 밥제임스-그렇다. 포플레이의 바로 그 밥제임스 할아버지-와 함께 찍은 셀피를 이따금씩 올리고 제이파워의 신보가 나오면 밥제임스 할아버지가 댓글을 달아주곤 한다. 음악 좀 하시는 분들은 이게 얼마나 대단하고 신기한 일인지 아시리라.)

 

제이파워는 ccm팀이 아니다. 일반 음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재즈팀이다. 그들의 노래는 연주곡이 99%이므로 가사 한 줄이 없다. 하지만 나는 이들이 너무나도 명백한 크리스찬 아티스트팀이라로 확신한다. 왜 그럴까?

 

그들의 음악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참 신비로운 일인데, 자살을 생각하던 어떤 사람이 그들의 곡 (아마도 Run to You라는 곡으로 기억한다)을 듣고 어떤 감동을 느껴 마음을 돌이키게 되었다고 트위터로 메시지를 보내온 적이 있다고 한다.


<제이파워 3집 타이틀곡 The Power of Love 공식뮤직비디오>

 


제이파워가 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작은 클럽 나니아의 옷장에서 단독공연을 한 적이 있다. 한 여성 관객이 깊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함께 온 남편이 이 사람이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신기하다는 말도 했다. 어떤 종류의 치유를 경험한 듯 하다. 다음 공연에서도 또 그런 관객이 있었다.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가사 한 줄 없는 연주곡으로 누군가가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무언가 치유의 순간을 경험하였다고 스스로 말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 흔한 일이 아니다. (사실 라이브로 경험하는 제이파워의 음악은 구슬프거나 아름답기 보다는 상당히 파워풀하다. 드럼은 투베이스 스타일로 밟아대고 건반 연주자분은 내가 본 어떤 연주자보다 더 파워풀하게 저음을 두들긴다. 에너지가 상당히 강한 음악이다.)

 

나니아의 옷장에서 크리스찬 아티스트들이 연주할 때 심심치 않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 얼마전에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여성 재즈보컬리스트 이윤나의 단독공연이 있었는데 ccm곡도 한 곡 없었고 주로 불어로 가사가 되어 있기에 내용조차 잘 알기 어려웠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그런 후일담을 들었다. 이 곳에 처음 온 관객분이 있었는데 그 분은 크리스찬도 아니고 음악에 큰 관심이 있는 편도 아니었다. 단지 이 교회의 교인이(나니아의 옷장은 주일에 주님의 숲 교회로 변신한다) 직장동료라 초대받아 온 것이었다. 그런데 이 분도 공연 중에 눈물을 펑펑 흘리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가사 한 줄 못알아듣는 - 나같은 사람에겐 연주곡과 다름없는^^;; - 프랑스어 노래인데말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제가 하나님은 잘 모르는데요, 하나님이 만약 계시다면 그 순간 저에게로 쑤욱 다가와 저를 위로해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꼭 이런 공연에 다시 오고 싶어요' 그날 공연시작 하기 전에 그 보컬리스트는 본인도 신앙인이고 이 공간도 그러한 취지로 운영된다고 있다는 간단한 멘트를 나누었다. 참 신비로운 일이지만 연주곡만으로 눈물과 치유를 경험하는 것. 크리스찬 아티스트들의 공연에서 심심히 찮게 일어나는 걸 경험했다.

 

<이윤나 트리오 라이브 공연 영상 - Hymne A L'amour(사랑의 찬가) at 나니아의 옷장>


십자가, 복음 등의 단어 한 마디 없이 연주만으로 누군가에게 치유를 주는 일, 기독교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바로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하신 일이 병고침 아니던가. 오늘의 언어로 표현하면 치유와 힐링 아닐까. 물론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런 방식이 기독교콘텐츠의 전부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침체되어 있는 오늘의 상황에 대안을 제시하고 본질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초를 줄 수 있을 듯 하다.

 

앞서 말한 제이파워가 무대에 올라가기 전 대기석에서 다함께 손잡고 간절히 기도하는 장면을 보았다. '성령님 우리의 음악으로 누군가에게 치유를 줄 수 있게 이끌어 주세요'라는 짧지만 강한 기도였던 걸 기억한다. 물론 공연 중에 이런 멘트를 하지는 않는다. 일반 음악시장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에게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소속사와의 문제도 있고 각종 매체 등에서 좀 꺼리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또 결정적으로 관객에게 어떤 무례함 내지는 폭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찬양집회에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기독교신앙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정중하고 적절하게 곡에 담긴 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그럴 때에 교회의 언어를 넘어, 오늘 세상의 언어로, 음악의 언어로 치유를 전하는 일이 일어난다. 이보다 기독교적일 수 있을까.

 

또 생각나는 팀이 있다. 기타리스트 정주영이 이끄는 Ju Trio라는 팀이다. 2015 ‘The Creation 천지창조라는 창세기의 천지창조장면을 39분짜리 프리재즈로 표현한 음반을 발표하였다. 기타리스트 정주영은 독일에서 재즈를 공부한 실력파 연주자이고 함께 한 피아니스트 이한얼도 2016 EBS공감 한국재즈의 새얼굴로 선정한 주목받는 젊은 연주자이다. (2017년에는 그가 함께한 최성호 특이점이라는 팀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음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악보로도 표현하기 힘든 그들의 연주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니아의 옷장에서도 한번 공연한적 있는데 다른 곡 하나 없이 39분짜리 프리재즈 곡을 연주하고 짐 챙겨서 가버리는 쿨함(?)을 보여주었던 기억이 난다.

 

정주영은 인터뷰 가운데 신앙인으로서 천지창조를 자신의 음악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리재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소음으로 들릴 순간이 있을 정도로 난해한 음악이다. 독일에서 그가 관심을 갖고 공부한 분야가 그 분야였다. 그리고 천지창조의 순간을 연주로 표현해내는데 상당히 잘 맞아떨어졌다. 직접 무대에서 그릇에 물을 담아놓고 물소리를 샘플링하는 퍼포먼스, 마이크에 숨을 불어넣어 생기를 표현하는 소리, 인간의 타락과 혼돈을 표현하는 연주. 음악적으로도 상당히 수준높고 또한 성경을 소리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공연이었다. 말로 설명하는 천지창조는 들어봤지만 이렇게 표현된 천지창조는 처음이었다.


<주트리오 Ju Trio 천지창조(39분. 프리재즈곡) 라이브 공연 영상과 기타리스트 정주영 인터뷰 at 나니아의 옷장>

 

좋은 크리스찬 음악이란 무얼까(부가적 설명 없이도) 소리와 음악만으로 기독교적 가치를 표현해낼 수 있다면 그것이 본질에 가깝지 않을까. 우리는 너무 말과 설교로만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강박에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싶다. 흔히들 기존 CCM사역자들에게 아쉬운 점을 지적할 때 너무 말이 많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3분짜리 한 곡을 노래하고 30분을 설교한다는 것이다. 음악가는 음악으로 감동을 전달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우니까 자꾸 말과 부연 설명을 하게 된다.

 

성 프란체스코의 유명한 말, ‘복음을 전하라, 혹시 말이 필요하면 사용하라가 떠오른다. 그동안 한국교회의 모습도 겹쳐 떠오른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말에만 의지 한 것 아닐까. 위로와 치유가 필요하다고 설교하고 구호를 외쳤지만 실제 우리 삶 가운데 경험되어지고 드러나는 위로와 치유는 미미했던 것은 아닐까. 오늘의 젊은 세대들은 말과 구호, 이념보다는 체험을 원한다. 복음이 치유라면, 치유에 대한 설교를 '듣기'보다는 직접 치유를 '경험'하기를 원한다. 교회안에 설교와 말만이 가득하고 실제 삶에서 경험되어지는 것이 미미했기에 젊은이들이 점점 교회를 외면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사회적으로 부조리가 많고 개개인의 마음이 병들어 있는 시대에 현대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휴식과 치유가 아닐까 싶다. 기독교문화콘텐츠가 그런 역할을 해낸다면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꼭 전면에 예수 십자가를 대문짝 만하게 새기지 않더라도, 누군가 그 이야기와 노래를 듣고 다시 한번 살아낼 힘을 얻는다면 그것만으로 소중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마치 가난한 자들에게 주어지는 빵에 꼭 십자가를 새겨야 한다거나, 어느 교회에서 준거라는 생색을 내야만 하는 게 아니듯이. 나중에 누군가가, '이 따뜻하고 힘이 되는 이야기와 노래들의 근원은 무얼까?'라는 의문을 갖고 찾아볼 때에 크리스찬이라는 사람들에게서 나온 선한 열매들이었다는 것이 드러나는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신학적 스펙트럼에 따라 이러한 논의에 대해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미 그러한 선한 의도로 많은 크리스찬 아티스트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세상 속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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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_이재윤


20대부터 문화선교 영역에 부르심을 느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해왔다. 인디밴드를 만들어 홍대클럽에서 복음이 담긴 노래를 하는 무모한 시도를 하기도 했고, 문화선교연구원에서 기독교 뮤지컬, 영화, 잡지 만들기 등의 일도 했다. 현재는 성신여대 앞 '나니아의 옷장'(옷장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http://facebook.com/narnia2015)이라는 작은 클럽의 사장이자 같은 장소의 '주님의 숲 교회' 목사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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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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