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사회문화계 10대 이슈 - 심층이슈2. 불안사회





2016 문화선교연구원 선정 사회문화분야 10대 이슈

심층이슈 2. 불안사회

 

울리히 벡(Ulrich Beck)21세기를 맞이하는 20세기 말의 사회를 두고 위험사회라고 칭하였다. 산업사회의 극단적 이윤추구 앞에 인간의 삶을 지지해왔던 전통 가치들이 무력해지는 상황, 결국 미래의 예측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져서 통제가 불가능하고 아무것도 명확하게 확정하지 못하는 불안한 사회가 그것이었다. 그의 진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지금 당장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혼란이 증명한다.

전쟁과 이념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테러로 인해 집을 떠나 떠도는 난민과 인간의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아동들의 고통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신들의 삶을 보호해 줄 울타리가 없는 그들은 위태하게 하루하루의 생명을 연명하고 있다. 북한의 핵위협과 동북아 지역의 영토분쟁은 이 지역을 언제든 전쟁의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어서 우리에게도 잠재적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몇 해 전 동일본 대지진의 재난을 보며 남의 나라의 이야기로만 알았지만 지난 9월 경주지진으로 인해 우리나라도 이제 지진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한국사회는 세월호 침몰 사건을 비롯하여 그 동안 여러 가지 재난적 상황에 대한 정부의 부실한 대책으로 인해 큰 불안을 경험해왔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분명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치는 매우 낮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불안지수는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를 겪으며 최고조로 치달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재산을 도모해야 할 대통령과 정부를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정직하게 일하고 원칙대로 살면 누구든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무너지면 한 사회에서 소속감을 가질 수가 없게 된다. 결국 사회적 불안은 개인의 존재론적 불안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사회의 불안요소들

한국사회의 불안요소는 다양하다. 정치적으로 볼 때 여전히 이념대립과 지역갈등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어느 집단에 속함으로써 안정감을 획득하는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일반 성도: 제재와 대화 병행 49.1%, 더 강력한 대북제재 41.7%)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사드 배치의 기여도(일반 성도: 도움될 것 56.7%, 도움되지 않을 것 41.2%)에 관한 '2016 한국사회 주요이슈에 대한 목회자 및 개신교인 인식조사' 설문 결과[각주:1]처럼, 한국사회는 지금 북한과 국가안보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극명하게 대립하는 두 집단으로 나뉘어져 있다. 보수적인 입장과 진보적인 입장의 첨예한 갈등과 대결 양상은 양 진영 모두 충분한 소속감을 제공할 수 없게 만든다. 이겨야 한다는 강박은 양쪽 모두 불안하게 한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사회는 불안하다. 더 잘 살 수 있다는 기대보다는 지금보다 더 열악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전 세대를 압도하고 있다. 청년은 취업이 불안하고, 중년은 퇴직 후가 불안하고, 노년은 노동을 쉴 수 없는 노후의 삶이 불안하다. 특히 청년대학생들의 절망감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가장 심각하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하고, 그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사회, 이른바 신빈곤 사회의 불안이다.

문화적으로도 역시 한국사회는 불안하다. 한 사회의 문화적 가치에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합의의 규범들이 녹아 있다. 그런 문화적 가치들은 그 사회의 통합과 조화를 가능하게 한다. 훌륭한 문화를 가진 민족과 나라는 다른 데보다 더 높은 도덕지수를 나타내는 것이 그 이유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문제를 해결과는 과정에 있어서 정상적인 방식과 상식적인 과정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국민을 하나로 이끌어 줄 문화적 가치가 실종되어 삶이 불안하다.

여기에 더해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안보 불안까지 겪고 있다. 정치, 경제, 문화적 불안이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합의와 절차적 토론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분단국가이며 휴전상태인 상황에서는 안보 문제가 모든 상황을 일시에 역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핵위협과 국지전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지만, 이번 조사에 따르면 올해 북한 미사일 발사 시험시 전쟁 위협을 느낀 정도에 대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3은 별로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한 만큼(일반 성도: 위협을 느낀다 66%, 느끼지 않는다 33.9%), 우리 국민들에게는 이 불안요소가 이제 만성이 되어 별로 심각하게 느끼지 않는 듯하다.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안전지수는 성도와 목회자가 각각 평균 40.1점과 53.3점으로 평가함으로 낙제점 한참 아래에 머물러 있음이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결과이다. 더 주목할 바는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한 응답이다. 8을 보면 성도들의 경우 놀랍게도 정부의 재난능력 부실을 응답한 비율(43.9%)이 가장 높다. 또 정부의 재난준비 상태에 대해서도 목회자의 78%, 성도의 87.5%가 대비하고 있지 못하다고 응답하면서 낮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마디로 국가와 정부가 국민을 보호할 능력이 있다고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국민들의 불안증은 날로 고조될 것이다.

이상과 같은 한국사회의 불안요소들에 대해 우리는 두 가지 관점에서 대처할 수가 있다. 우선 갈등 자체는 무익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전을 위한 자양분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토론하고 경쟁하다 보면 피차 발전하게 되고 더 좋은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담은 생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선의의 결과를 얻으려면 경쟁의 규칙과 토론의 과정이 정당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점은 이런 불안요소들을 구성원 간의 통합을 해치고 민주적 발전을 저해하는 악으로 보는 관점이다. 정치권력의 사유화, 벗어날 수 없는 가난, 경쟁적이고 배타적인 문화 등은 그 사회에 소속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긍심을 심대하게 훼손하고 공동체에 대한 그 어떤 충성심도 발휘되지 못하게 만든다.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조건들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불안의 근본적 해소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런 주장의 견해이다.

 



불안사회에 대처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역할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사회의 불안요소들을 해소하기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물었다. 경제정의 실현(목회자 29%, 성도 9.8%)이나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목회자 14%, 성도 19.6%)에 대한 비율도 높게 나타나지만, 대형교회가 미자립교회를 도움(목회자 28%, 성도 19.3%)으로써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일에 교회가 기여할 수 있다고 여긴 응답률이 가장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한국교회가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목회자 35%, 성도 28.4%)는 응답보다 그렇지 못하다(목회자 65%, 성도 68.5%)는 응답이 압도적인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보면, 한국교회는 미자립교회를 경제적으로 돕는 일이 한국사회의 경제적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의 불안요소에 대처하는 태도가 공적이기보다는 사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교회에는 그들이 속한 사회의 불안을 신앙적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적지 않다.

이 시대를 가리켜 후기세속사회라 칭하는 학자들이 많다. 종교가 사사화되고 소멸할 것이라던 이들의 예언과는 달리 다시 종교가 부흥하고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분쟁과 사회변화의 동기에 종교적 요소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이들은 종교가 이 시대에 공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리적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 예견했던 근대사회가 이성만으로는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물질문명이 편리한 세상을 만들었지만 인류는 여전히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예컨대 환경파괴로 인한 인류문명의 위기,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한 인간 존재의 위기, 배아복제의 윤리적 위기, 인종과 종교의 갈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소통과 상호존중의 가치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문화적 심층구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것은 결국 종교로부터 오는 지혜를 통해 배워야 한다는 각성인 셈이다.

이번 조사를 인용하여 구체적이고 분명한 방향성에 세울 근거를 찾기는 한계가 있지만, 결과들을 성찰적으로 돌아볼 때, 한국교회는 현존하는 한국사회의 불안요소들을 극복할 수 있는 문화적 의미를 공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그 요소들을 발전의 가능성으로 승화시키는 일에 기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통찰을 발견하게 된다. 불안사회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공적인 도움의 체계적 지원이다.

자신들도 십자가형벌에 처해질 수도 있다는 불안에 휩싸여 숨어있던 제자들을 찾아오신 부활하신 주님은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Peace be with you!)”(20:21)라고 하셨고 이를 본 제자들은 크게 기뻐했으며(20:20), 제자들에게 성령의 임재를 구하시며 주님은 다시 “...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20:21).”라고 하셨다.

여러 가지의 위협으로 인해 불안하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이웃들에게 주님의 평화를 나누어 줄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 그러한 일을 하라고 우리를 세상에 보내셨음을 알 수 있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 불만족한 사람들, 갈 바를 알지 못해 불안해하는 사람들,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 줄 안전망이 없어서 생존 자체가 힘겨운 사람들, 또 물질과 재물은 넘치지만 마음의 평화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이웃이 되는 공적 사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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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 한국사회 주요이슈에 대한 목회자 및 개신교인 의식조사'(한국기독교언론포럼 주최, 지앤컴리서치 의뢰, 만19세 이상 개신교인 및 목회자를 대상으로 조사기간은 2016년 11월 3일부터 18일(16일간), 표본오차 일반성도 95%신뢰수준에서 ±3.3%, 목회자 95%신뢰수준에서 ±9.8%) [본문으로]

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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