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를 통해 ‘김영란법’ 이해하기





● 관련 글 조용훈 교수의 '김영란법' 시대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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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지난 9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있다. 경기침체를 가져올 것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며 시행을 연기하자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예정대로 시행되었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의 금지금품 등의 수수금지를 골자로 한다. 적용대상은 공무원 및 공직유관단체, 공공기관, 학교, 언론사 등의 임직원이다(이 법에서는 이들을 공직자 등이라 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매우 다른 출발선에 서게 된다. 어떤 사람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만 어떤 사람은 끼니를 걱정하는 집에서 태어난다.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국가의 중요한 역할은 서로 다른 각자의 출발선을 가능한 한 동일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영란법은 이와 같은 목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 법이 잘 운영되면 돈과 인맥을 통해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얻는 경우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그리스도인이 성경에서 만나는 하나님은 힘없는 고아와 과부를 돌보시는 분이다. 그러므로 이 법은 성경의 원리에도 부합하는 법이다.

김영란법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법이다. 법은 해석과 적용을 통해 정치해진다. 시행 초기에는 많은 혼란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이 법을 가능한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도인들이 특별히 유의할 사항은 없는지에 대해 사례를 통해 몇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사례집 등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나온 자료를 주로 참고했다.

 

1) S씨는 세브란스병원 의사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아니다.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인가.

잘 알려진 것처럼 각급 학교의 교직원은 적용대상이다. 학교법인의 임직원도 적용대상이다. 세브란스병원은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소속 부속병원이다. 따라서 S씨는 학교법인 직원으로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된다는 것이 권익위의 해석이다. 학교법인 소속 병원 직원도 학교법인 직원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보통은 학교법인 사무국 직원을 학교법인 직원으로 봄), 일단 권익위 해석을 따르는 편이 좋을 것이다. 


2) C목사는 CBS에서 간증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인가.


언론사 임직원은 적용 대상이다. 직원은 언론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출연계약을 체결하고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은 적용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C목사는 적용대상이 아니다.

 


3) K목사는 C교회의 담임목사인데 T신학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이사장도 맡고 있다. 이번에 생일을 맞았는데, C교회 S교인은 생일선물로 20만 원 상당의 넥타이를, B교인은 150만 원 상당의 가방을 선물하였다. 김영란법에 저촉되는가.

K목사는 학교법인 이사장이므로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다. 생일선물은 C교회 교인들에게서 받았으므로 학교법인 이사장의 직무와 무관하게 받은 것이다. 그러나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인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100만 원,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을 경우, 직무 관련 여부 및 명목에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는다. 100만 원 이하의 금품 등의 경우는 직무와 관련하여 받으면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따라서 S교인의 넥타이는 문제되지 않고(직무 무관, 100만 원 이하), B교인의 가방은 문제된다(직무와 무관하지만 100만 원 초과).

 


4) L집사는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딸이 다니는 K중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급하게 집을 처분하려는 고객을 위해 며칠 동안 고생한 끝에 마침내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러자 고객이 감사의 표시로 중개수수료와 별도로 L집사에게 수고비로 150만 원을 주었다. 김영란법에 의하면 문제가 생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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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는 이 법의 적용대상인 공직자 등은 아니다. 그런데 법령에 따라 설치된 각종 위원회의 위원 중 공직자가 아닌 위원은 공무수행사인으로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학교에 설치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되는 기구이다. 따라서 L집사는 공무수행사인이다. 공무수행사인은 해당 공무의 수행에 관해서 김영란법의 부정청탁금지, 금품 등의 수수금지 조항을 적용받는다. 그렇지만 공무수행사인의 경우에는 동일인으로부터 1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더라도 직무와 무관하게 받은 것이라면 문제되지 않는다. 이 점이 공직자 등과의 차이이다. ‘공직자 등은 동일인에게 1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으면 직무관련여부와 상관없이 처벌받는다. 따라서 L집사가 150만 원을 받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5) S교회는 교회건물을 신축하기 위하여 구청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는데 설계상으로 관련법령에 저촉되는 점이 있어 허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담임목사인 P목사는 구청 건축과의 담당자인 H주무관이 독실한 기독교신자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P목사는 퇴근시간 후에 H주무관을 집 근처에서 만나 건축허가를 빨리 내 달라고 부탁했다. 문제가 되는가.


이해당사자가 제3자를 통하지 않고 직접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하는 것도 김영란법에 의하여 금지되지만, 과태료 부과대상은 아니다. 일반 국민이 공공기관과 활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다만, 공직자 등이 이해당사자로부터 직접 부정청탁을 받은 후 그 청탁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면 그 공직자 등은 형사처벌을 받는다. 따라서 P목사는 이해당사자이므로 과태료처분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P목사가 S교회 교인이자 H주무관의 친구인 K집사를 통해 이러한 부정청탁을 할 경우에는 P목사와 K집사 모두 과태료 부과대상이 된다. 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하기 때문이다.



6) J집사는 미션스쿨인 D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면서 2학년을 담임하고 있다. 반 학생인 S는 수업 중에는 계속 자고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을 괴롭히는 학생이었다. J집사가 개인적으로 자주 만나 대화하면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자 2학기부터는 S의 수업 및 생활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러자 S의 어머니가 너무 감사하다면서 S편에 2만 원짜리 케익을 보냈다. 동료 교사들과 기쁘게 나누어 먹었다. 문제되는가.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의례 목적의 선물은 5만 원 범위 내에서 허용된다. 그러나, 직접적인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에는 위와 같은 목적을 인정받을 수 없다. 담임교사와 학생 및 학부모 간에는 직접적인 직무관련성이 있다. 따라서 S의 어머니와 J집사는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7) T목사는 B신학대학원의 목회학박사과정을 수료한지 10년 만에 박사학위논문을 제출했다. 지도교수인 L교수의 헌신적인 논문지도 덕분에 마침내 논문심사를 통과했다. T목사는 너무 기쁜 나머지 심사위원인 교수 3인을 초대하여 1인당 10만 원의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1인당 4만 원의 선물을 주었다. 어떤 문제가 있는가.

논문심사위원과 논문 작성자 사이에는 직접적인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의례 목적의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다. T목사는 42만 원의 2~5배 상당의 과태료 부과대상이고, 논문심사위원들은 14만 원의 2~5배 상당의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8) J장로는 중견건설회사인 H건설의 상무인데, 그 부인인 K권사는 이태리 음식을 매우 잘 만든다. H건설은 S시의 시청사 신축공사를 수주하려고 하는데 J장로가 그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J장로는 김영란법을 피하기 위해 S시 담당공무원 두명을 집으로 초대해서 K권사가 만든 음식을 대접했다. 재료비로 50만 원이 들었다. 문제되는가.

S시 담당공무원과 J장로 사이에는 직접적인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의례 목적의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다. 집에서 식사를 대접할 경우도 금지대상인 금품 등의 수수 등에 해당한다. 과태료 부과금액은 재료비 영수증 등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자료를 토대로 정하게 된다.

 


9) K집사는 미션스쿨인 H대학의 홍보실 직원이다. 출입기자인 D신문의 L기자도 크리스찬임을 알게 되어 친하게 지냈다. L기자의 아들이 돌을 맞았다는 말을 듣고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10만 원짜리 금반지를 선물했다. 문제가 있는가.

K집사와 L기자 사이에는 직무관련성이 있다. 그런데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으로서 음식물 3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선물 5만 원 범위 내의 금품 등은 금품 등의 수수금지의 예외이다. 하지만 경조사비의 경조사는 결혼, 장례로 한정된다. 돌잔치는 경조사가 아니다. 따라서 10만 원짜리 금반지선물은 선물비 기준 5만 원을 초과했으므로 K집사와 L기자는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이상민 변호사 대학과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통신사에서 짧은 기자생활을 했다. 현재 법무법인 에셀에서 변호사로 일하면서 한국교회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기독법률가회(CLF) 사회위원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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