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빈의 문화칼럼] 한국 교회 정치, 지금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가?






임성빈 (문화선교연구원장, 장신대 교수)

한국 교회가 여러 의미에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의 구현을 위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기독교인 수는 전 인구의 1/5에 달한다. 즉 인적 자원과 교회가 동원할 수 있는 물적 자원 등의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 이러한 잠재 역량이 한국 사회에서 건설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교회와 교단의 건전한 정치가 필수적이다. 교회 정치가 교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분배하고 권위 있게 사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한국 교회의 교단 정치가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게 수행되는 것 같지 않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건설적 정치보다 개인, 지역, 학연, 정파적 집단의 이득을 앞세우는 파당적 정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정치란 본디 공동체의 유익, 즉 공공선(common good)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교회의 지도자들은 그 힘을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용하지 않고 이해관계를 따지며 비본질적인 것을 위해 힘을 전용한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교회의 교회됨과 하나님 나라를 향한 사회적 섬김 역량 강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우리들에게 교회 정치에 대한 비판적이고 건설적인 관심을 갖도록 도전한다. 무엇보다 복음적 교회 정치는 우리 자신이 신앙인다운 신앙인됨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 우선적 관심이기에 신앙인 된 우리는 그 사랑의 실천을 위해 도움이 되는 요소와 걸림돌이 될만한 요소를 찾아 극복해야 할 책임을 가진다.

이는 직분자들을 세우고 교회 안팎의 구조적인 질서를 세울 때도 적용된다. 지도력을 지닌 사람들이 신앙인다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 교회에서 목회자와 장로는 상호보완적인 유기적 관계로 서로 협력하며 하나님 나라를 세워나가야 할 지도자들이다.

오늘날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 까닭은, 단지 교인이 교인다운 정체성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교회의 정체성을 구조적인 차원에서 발현하는 데 중요한 소임을 지닌 교회 지도자들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거나 원활한 역할을 하는 데에 정치제도와 구조가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교회와 정치제도

교회는 그 정체성과 사역에 합당한 정치제도를 성경적 원칙에 근거해 발전시켜 왔다. 교단에 따라 체제가 다르긴 하지만 각 교단의 정치제도는 성경적 원리와 교단 신학의 결과물이고 목회적 요청에 응답한 역사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교회 정치제도를 말하고자 한다면, 먼저 교단의 신학과 전통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회의 예전과 실천, 목회자들의 지도 방식, 교회 직분자들의 행동 영역과 교회 안팎에서의 역할 등이 교회 정치를 통해 이뤄진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교회 정치는 교회가 소속한 교단의 역사와 신학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형태도 다양하다는 사실이다.

현실적인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소속 교단들을 넘어서는 공통된 합의점들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도 성경의 우선적 권위와 개신교회의 신학적 전통을 공유한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한다. 또한 한국 교회가 교단과 지역을 막론하고 동시대의 한국 사회라는 특수한 역사적 상황에서 교회 정치를 실현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 한국 교회의 건강한 교회 정치 실천을 위해 다음의 내용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건강한 교회 정치를 위한 실천 과제


1. 종교개혁 정신 회복

종교개혁의 근본적인 정신 중 하나는 성경이 증거하는 평신도 지도자의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신약성경은 예수님의 제자였던 사도들과 더불어 평신도 지도자들을 증거하고 있으며, 구약성경 또한 선지자와 백성의 지도자들이 평신도 출신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로마 가톨릭교회가 이러한 정신을 잃어버리자 칼뱅은 제네바에서 2세기 초대교회를 모델로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과 성경 말씀에 합당한 교회 제도를 주창했고 이것이 장로교회의 모범이 됐다.

그러나 이후 교회의 세속화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고안된 정교분리의 정신이 왜곡돼 하나님 나라를 향한 교회의 선교 영역을 제한하는 경향이 나타난 점도 주목해야 한다. 또한 종교개혁이 그토록 반대했던 성속 이분법에 근거한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분이 중세 가톨릭을 방불케 하는 목회자 중심주의로 오히려 강화된 현실은 주요한 이 시대의 개혁 주제가 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개혁 주제는 목회자들의 경우에는 권위주의 극복, 영성 강화와 목회적 전문성의 회복을 통한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섬기는 종으로서의 정체성 강화 등 구체적 과제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교회의 구성원들인 신앙인들은 만인제사장다운 삶, 즉 자신이 섬기는 영역에서 주께 하듯 최선을 다하는 삶, 다시 말해 몸으로 산 제사를 드리는 영적 예배자’(12:1)가 되기 위한 삶의 실천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2. 위계적 권위 구조의 극복 : 집사직의 회복, 여성과 청년들의 참여

오늘날 한국 교회 정치의 현실은 이제 더 이상 목회자와 장로들의 노력에만 의존할 수 없는 구조적 과제들이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장로교회는 1907년 장로교 직제를 정비한 후 장로교회 정치적 전통을 비교적 잘 보존해 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평신도 교역직에 대한 이해가 약해 목회자와 장로들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인 위계 구조와 권위주의가 약점으로 지적되곤 했다. 항존직과 임시직을 구분하는 정치 전통도 다른 나라의 개혁전통 안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평신도들의 역할이 약화됐고 개혁전통이 강조하는 집사의 역할도 축소되고 약화됐다.

집사는 원래 교회 내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교회 밖으로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를 실현하는 직분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교회는 집사직을 교회 내부의 섬김을 도맡는 것으로 제한했다. 게다가 안수집사라는 직분을 따로 뒀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교회 성도들은 안수집사를 마치 장로직을 기다리는 대기직처럼 이해하게 됐다.

이와 더불어 여성들과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제한되는 현실도 교회의 위계적인 구조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20세기 한국 사회가 여성들의 권익을 신장한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여성들과 청년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는 시대다. 만약 한국 교회가 여성들과 청년들의 역할을 제한한다면 시대를 선도하는 역할을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 교회는 21세기 시대적 정신이자 요청인 평신도들의 민주적 참여 요구에 부응하면서 대의정치를 상징하는 장로제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 것인가라는 시대적 과제를 떠안고 있다. 물론 개 교회 차원에서 이런 과제들에 대한 응답들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여성과 청년층이 교회 정치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집사들의 참여를 구체화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열린 당회를 시도하는 교회도 있다. ·남 선교회, 안수 집사회, 권사회, 청년부 등이 발언권을 갖고 참여하는 형태다. 이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항존직을 종신직으로 생각하며 유지했던 장로 제도를 과감하게 임기제로 돌리는 교회들도 생겨나고 있다. 임기제 등이 너무 혁명적이라고 생각하는 교회 중에는 목회자와 장로들의 안식년, 신임투표제, 사역 장로제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 실시하는 교회들도 있다. 이는 장로교 전통의 영향 아래 있는 한국 교회들이 직면한 구체적 도전이고 과제라 할 수 있다.

 

교회 정치는 지속적으로 개혁돼야 한다!

교회 정치의 역사는, 우리가 고민하는 모든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만한 교회 정치와 제도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려준다. 우리는 십자가의 복음을 통해 구원으로 부름 받았지만 피조물인 인간으로서 한계와 여전히 죄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 한 사람이 아니라 함께하는 공동체로서 교회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한계와 죄, 그로 인한 문제들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유일한 희망을 교회 정치에 두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둔다. 이는 교회 정치가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에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죄로 만연한 이 땅에서 교회를 통해 전파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는 복음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복음의 길을 평탄하게 해야 할 사명이 있다. 바로 이런 역할을 위해 교회 정치가 있다. 교회 정치는 하나님 나라를 향한 교회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우리에게 맡겨진 책임이다. 따라서 오늘날 교회 정치의 대표적 과제는 기존의 정치 체제를 형성했던 성경적, 신학적, 역사적 전통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동시에 교회 구성원들의 책임적 참여와 헌신을 보장하고 격려하는 구체적 방식의 개혁적 모색과 합의에 있다. 그래서 대의정치를 강조한 장고교회는 교회 정치를 갱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오늘날 교회 안팎에서 교회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수의 지도자들이 의사 결정권을 남용하고 그 정책의 집행 뿐 아니라 운용에 대한 감사마저 독점하는 것에 대해 우려와 실망감이 크다. 더욱이 오늘날은 교인들의 교회 소속감이 약화되고, 교회는 교단의 신학과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잃어버리고 있다. 교단과 제도적 교회의 권위가 그만큼 약화되는 시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교단에 따른 차별적 정치 제도와 보편적 민주 정치 사이를 조율하는 것은 한국 교회가 당면한 정치적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이제 교회는 교단과 교회가 갖는 전통적 정치 방식을 복고적인 태도로 고집할 것이 아니다. 전통 안에 담겨 있는 성경적 원리와 정신, 신학적·역사적 원리들을 존중하면서도 시대정신을 반영해 하나님 나라 실현을 위한 회중들의 참여를 담보하는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 본고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목회 윤리와 교회 정치'라는 주제로 기획한 글 중 일부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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